"생리컵 쓰라고요?… 마음의 준비 안됐는데"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7.08.23 05:56
글자크기

[릴리안 부작용논란]② 면생리대 번거롭고 생리컵 두려워…일회용 패드 전수조사해야

☞ [르포-릴리안 부작용 논란 ①]



생리컵, 면생리대. /사진=메루나, 한나패드 홈페이지 캡처생리컵, 면생리대. /사진=메루나, 한나패드 홈페이지 캡처


21일 저녁부터 22일 오전까지 서울시 △동작구 △종로구 △서대문구 각각 드러그스토어 3곳 △용산구 대형마트 1곳 등 총 10곳의 생리대 진열대를 살펴보며 만난 모든 여성들이 릴리안뿐만 아니라 모든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체품인 면생리대와 생리컵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요구했다.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은 지난달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졌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생리불순과 생리통이 심해졌다"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고, 이와 유사한 증상을 겪었다며 동조하는 사람이 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모든 일회용 생리대 불안…성분조차 비공개

여성들은 릴리안뿐만 아니라 모든 일회용 생리대에 거부감을 보였다.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모씨(38)는 생리대 가판대 앞에 서서 제품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얼마간 망설였다. 그는 "모든 일회용 생리대가 화학성분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어쩔수 없이 사용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나마 유기농이라고 적힌 제품들을 비교해 꼼꼼히 사려고 한다"며 "평소보다 생리대 고르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걱정스레 말했다.

하지만 생리대는 제품 라벨을 들여다봐도 순면커버, 부직포, 흡수체 등의 정보만이 나와 있을 뿐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리대는 의약외품임에도 천·붕대류에 속해 전체 성분 표시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업이 전체 성분 표시를 하지 않고 있고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말부터, 깨끗한나라가 논란 후 지난달부터 자발적으로 전체 성분 표시를 할 뿐이다.

◇번거로운 면생리대·익숙지 않은 생리컵…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해야

그렇다고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인 면생리대와 생리컵에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대학생 박모씨(25)는 "면생리대는 번거로워서, 생리컵은 사용방법이 거북스러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7명의 모든 여성이 생리컵에 대해 "두렵다"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고, 단 한명의 여성만 "릴리안 부작용 논란 이후 귀찮을 것 같아 생각만 해온 면생리대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건강과 관련된 제품인 만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식약처가 생리대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모씨(26)는 "일회용 생리대말고 대체재를 사용하면 된다는 말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대부분 여성들이 수십년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를 철저히 검사, 마음놓고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릴리안 제품 검사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깨끗한나라의 해명글. /사진=깨끗한나라 홈페이지 캡처릴리안 제품 검사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깨끗한나라의 해명글. /사진=깨끗한나라 홈페이지 캡처
한편 22일 식약처는 "2015년과 지난해 생리대 전수조사를 이미 실시했다"며 "논란이 된 릴리안 전 제품을 9월 실시하는 정기검사에 포함시키겠지만,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결과는 10월에 나올 예정이다. 깨끗한나라는 자사 홈페이지에 "릴리안은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과 테스트를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제3의 전문연구기관과 한국소비자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