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마, 서울 경관 고려한 재건축을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7.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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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합시다.”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근 게재된 글이다. 이곳에는 지난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가 은마의 49층 정비계획안에 ‘미심의’ 처리로 퇴짜를 놓은 이후 사업방향을 재검토하자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은마는 1979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30년)을 8년 넘겼다. 노후화가 심각해 배관을 하루에도 몇 개씩 수리하고 녹물이 흘러나오는 등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높은 여건으로 알려졌다. 학군이 좋아 선망하는 입지지만 주거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곳은 49층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은마의 행보에 다른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최상위 법정 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이 규정한 35층의 최고 층수를 크게 웃돈다.
 
은마는 특혜를 바랐거나 사업성 좇기에 급급해 초고층 재건축에 나선 게 아니라고 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후대에 남겨줄 랜드마크 단지를 세우고 일대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초고층 재건축에 나선 것”이라고 말한다. 이석주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 강남3)도 은마가 가구수 늘리기에 급급해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은마가 재건축아파트 층수를 49층으로 높여잡았지만 가구수는 35층으로 지었을 때 예상되는 수준과 같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진위의 어떤 주장도 시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주민들의 말마따나 대안을 빠르게 모색할 때다. 이미 별다른 소득 없이 재건축사업의 생명인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민의 갈등은 커지고 규제 강화 등 돌발 악재를 만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은마가 열악한 주거여건을 빠르게 개선하는 방법은 애초부터 간단했다. 과도한 층수가 주변 경관을 훼손한다는 시의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관을 만든다는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시를 납득시킬 층수가 기재된 재건축안을 기대해본다.
[기자수첩]은마, 서울 경관 고려한 재건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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