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간이 새롭다"… 익숙한 듯 낯선 '카멜레온 끌림'

머니투데이 부산=김고금평 기자 2017.08.1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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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떠오르는 부산의 ‘숨겨진 힐링’ 아난티 코브 가보니…럭셔리가 주는 가장 대중적 소통

부산 '아난티 코브'의 메인 수영장.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br>
 부산 '아난티 코브'의 메인 수영장.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


회차로를 낀 지하 주차장 길목에서 90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종업원의 깊은 예의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여기 들어가도 되나?” 마치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에 이른 듯 작은 숙연함이 온몸을 수축시켰다.

주차장을 지나 엘리베이터 문을 여니, 이번엔 공기청정과 환기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 에어컨 화면이 시선을 강탈한다. 웬만한 5성급 호텔은 죄다 돌아다니며 으쓱 젠체하려던 이들의 태도를 단 몇 가지 상황만으로 꺾는 이곳은 부산 ‘아난티 코브’다.



평소 보기 힘든 장식과 건축으로 위용을 뽐내는 아난티 코브의 ‘의식’은 방문자의 ‘존재’를 단박에 결정한다. 마치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소중함의 가치가 보고 듣고 마주하는 모든 것에 은은히 스며있는 듯하다. 나를 사랑할 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취하는 행동양식이 부지불식간 드러난다고 할까.

부산 '아난티 코브'의 모든 객실에선 바다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아난티 코브의 펜트하우스. /부산=김고금평 기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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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난티 코브'의 모든 객실에선 바다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아난티 코브의 펜트하우스. /부산=김고금평 기자

◇ 입구부터 가려진 바다…기다림 속에 펼쳐진 ‘최고의 절경’ 자랑



힐튼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 아난티 프라이빗 레지던스 등으로 구성된 아난티 코브는 부산 기장군에 지난 7월 1일 둥지를 틀었다. 해안 마을 사이로 1km가 넘는 해안가를 따라 6성급 힐튼 부산 호텔 310실,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90채와 프라이빗 레지던스 128채가 들어섰다. 연 면적 17만 8000㎡(약 5만 4000평)로 단일 휴양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아난티 코브는 푸르고 싱그러운 바다를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 힐튼 호텔 입구로 가든, 아난티 리조트로 향하는 바다는 아직 볼 수 없다. 힐튼 호텔 입구 1층에는 입체형으로 투영된 나선형 천장이 먼저 방문자를 반긴다. 탄성을 부르는 몇 개의 장식을 만난 뒤 10층에 올라가면 통유리창 너머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0층 프론트가 꾸민 장식의 미학은 ‘영원한 거주’를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리셉션 창구 건너편에 나란히 마련된 바에선 바다를 감상하며 음료를 즐길 수 있고, 사이사이 구비된 안락한 의자 앞엔 작은 책장이 멋스럽게 서 있다. 복도 끝에 따로 준비된 바에선 프랑스 바텐더가 대접하는 맛있는 칵테일도 맛볼 수 있다.


사생활이 더 보장된 아난티 리조트 쪽은 고즈넉한 휴식의 끝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프라이빗 레지던스는 침실과 욕실의 크기를 똑같이 나눌 만큼 욕실의 비중이 일반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욕조에 누워 유리 너머 흔들리는 바다 소리와 냄새를 한꺼번에 즐길 기회가 얼마나 될까.

바다를 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아난티 코브'의 욕조. /부산=김고금평 기자<br>
바다를 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아난티 코브'의 욕조. /부산=김고금평 기자
◇ ‘낯섦’을 베어 문 ‘호기심 열전’…First, Best, Most의 향연

아난티 코브가 방문객과 투숙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 가장 큰 배경은 흔치 않은 소재와 구성으로 가꾼 낯섦과 이질이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 라탄과 가죽의 이색 조합으로 꾸민 의자, 미로인 듯 미로 같지 않은 통행로 등이 모두 한번 보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든 ‘호기심 천국’이다.

힐튼 호텔 바로 앞 축구장 크기만 한 수영장을 비롯해 구석구석 비치된 4개 수영장은 잔재미를 배가시킨다. 18세 이상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싶은 연인은 아난티 리조트 옥상에 마련된 수영장으로, 가족 단위 아기자기한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온천이 달린 수영장으로 직행할 수 있다.

아난티 코브의 가장 핵심적 만족도는 공간 거리 구성이다. 어떤 객실도, 어떤 식당도, 어떤 공간에서도 서로 부대낌이 없다. 투숙객이 아무리 많아도 옹기종기 붙어있는 협소한 공간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어 어느 공간에서도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아난티 코브'의 힐튼 호텔 입구는 입체감을 강조한 나선형 천장이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산=김고금평 기자'아난티 코브'의 힐튼 호텔 입구는 입체감을 강조한 나선형 천장이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산=김고금평 기자
상위 0.1%를 위해 만든 아난티 서울(가평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죄다 갖다 쓰면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장치도 빼놓지 않은 아난티 코브 부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 콘텐츠’ 산실의 역할도 자처한다. 유려한 건축이나 공간 예술을 넘어 콘텐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건축의 여유로움, 유려함, 아름다움 같은 미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껍질’에 불과할 뿐”이라며 “핵심은 건축 사이로 파고든 콘텐츠의 질과 가치이며, 아난티 코브의 정체성과 이미지 역시 콘텐츠라는 속살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조물은 껍질, 콘텐츠가 핵심”…머물지 않고 살고 싶은 ‘새로움’

500평 규모에 자리한 서점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는 아난티 코브의 핵심이자 상징이다. 이 서점엔 대형 서점에서 흔히 보듯, 베스트셀러나 신간 책들을 내세우지 않는다.

'아난티 코브'가 가장 핵심적인 상징으로 내세우는 500평 규모의 서점 '이터널 저니'. 일반 대형 서점과 달리, 독특한 주제의 깊은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 진열돼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아난티 코브'가 가장 핵심적인 상징으로 내세우는 500평 규모의 서점 '이터널 저니'. 일반 대형 서점과 달리, 독특한 주제의 깊은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 진열돼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
‘여유로운 공간’이라는 미덕에 맞게 책의 양도 2만 권 정도로, 대형서점의 그것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널리 알려진 책보다 알차고 깊이 있는 책들로 구성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인물, 바다, 환경, 작업실, 책을 위한 책 등 이색 주제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맛볼 기회도 제공한다.

아난티 코브의 아난티 타운에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경험의 현장들이 즐비하다. 100% 천연 온천수로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워터 하우스’, 브런치와 비스트로를 결합한 레스토랑 ‘더 오버랩’, 로마 3대 카페 중 하나로 알려진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 외국 디자이너의 핸드메이드 리빙 소품을 선보이는 ‘런빠뉴’ 등 14개 상점은 생소하지만 한 번 쯤 들르고 싶은, 유혹의 공간이다.

하지만 ‘공개된’ 호텔과 ‘사적인’ 리조트의 경계를 의식하다 보면, 이동에 불편함이 따르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바다가 제 것 같고, 묵는 곳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다.

'아난티 코브'는 바다를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 힐튼 호텔 10층 로비에 이르러서야 통유리창 너머로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 로비 앞엔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가 마련돼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아난티 코브'는 바다를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 힐튼 호텔 10층 로비에 이르러서야 통유리창 너머로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 로비 앞엔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가 마련돼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
고작 부산에 왔을 뿐인데, 감상은 복잡하다. 넓은 테라스와 인피니티 풀 앞에선 뜨거운 동남아시아의 최고급 리조트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다가 세련된 조명과 독특한 장식에 눈을 고정하면 유럽 어디쯤 서 있는 착각에 빠진다.

이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감성이 매일, 아니 매시간 소용돌이칠 때, ‘스테잉’(staying)보다 ‘리빙’(living)에 대한 간절한 욕심이 절로 솟아난다. 럭셔리를 내세우며 은밀히 대중과 소통하는 곳.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아난티 코브'의 야외 수영장. /사진제공=에머슨퍼시픽'아난티 코브'의 야외 수영장. /사진제공=에머슨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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