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은 '현실'일까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8.12 07:25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감각의 미래'…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은 '현실'일까


"'현실'에 대한 단 하나의 보편적인 경험은 없고 다 함께 공유하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도 없다. 오직 '인식'이 있을 뿐이다."(14쪽)

고양이는 단맛을 느낄 수 없다. 치타나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육식동물은 단맛을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바다사자는 음식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버리기 때문에 미각이 더욱 제한적이다.



인간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느낄 수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브로콜리의 떫은 맛을 못 견뎌하지만 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한 감각 연구원의 말을 빌리자면 "동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감각 세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건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1.4㎏에 불과한 뇌를 통해 현실 세계의 다양한 감각을 인식한다. 하지만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의 활동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시간이나 고통, 감정과 같은 초감각적 인식은 정의하기조차 애매하다. 결국, '인식은 현실이 아니다'. 이 명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인간은 혼란에 빠진다.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가 된다.



이 책은 저자가 3년 동안 신경과학자, 공학자, 유전학자, 요리사, 조향사 등 인간 '감각'의 최전선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수집한 자료의 집대성이다. 파리의 한 조향사는 '향'의 기억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기억을 깨우고, 요리사와 과학자들은 '물 맛', '녹말 맛' 등 새로운 맛을 찾고,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아닌 충전식 인공망막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 이미 '인식'과 '현실'의 주관성을 깨닫고 인식을 발전시켜나가는 사람들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실존을 뒤흔드는 '철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인식을 통제할 수 있는, 어쩌면 특별한 방식으로 평범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감각의 미래=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흐름출판 펴냄. 460쪽/1만9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