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덮친 '화염과 분노'…외국인 변심 길어지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8.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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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전망·세법개정안에 삼성전자 주춤...코스피 2360선으로 후퇴

코스피 덮친 '화염과 분노'…외국인 변심 길어지나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미국 선제 타격과 한반도 전면전 확대라는 우울한 시나리오를 다뤘다. 때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한다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한국 주식시장에는 2000억원대 외국인 순매도가 쏟아졌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2500선을 넘보던 코스피가 본격 조정에 접어들었다. 대북 이슈에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가이던스(전망치) 하향,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라는 '삼중고'가 코스피를 덮쳐 불안한 투자심리가 확산됐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6.34포인트(1.10%) 하락한 2368.39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258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중고' 직면한 코스피, 조정 길어지나=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둘러싸고 돌출된 악재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고 입을 모았다. 대내적으론 대장주인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가 3분기 실적 기대감 약화와 세법개정안 충격으로 모멘텀을 잃은 가운데 북핵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 외국인 매도를 불러왔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법개정안, 금리인상 시사, 의료케어 등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증시에 부정적인 가운데 북한발 악재도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다"라며 "대장주인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 SK하이닉스 (183,000원 ▲4,800 +2.69%) 주가가 버티지 못하고 하락하는 현상이 투심 악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3분기에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부문 실적 둔화로 전사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갈 거란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세법개정안에 따라 법인세가 3%포인트 인상될 경우 2018년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이 3% 넘게 훼손된다는 사실도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로 대외 이슈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회피 심리가 고조됐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수가 올라온 상태에서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돌출돼 조정폭을 키웠다"며 "추세적 하락이라기보다는 단기 조정 성격이 크고, 잭슨홀 미팅(각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이는 8월의 경제정책 심포지엄) 이후 조정 분위기 완화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변심한 외국인, 매도 공세 언제까지=코스피 시장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포지션을 변경했다. 만 7개월 만에 5245억원 순매도를 기록한데 이어 이번 달에도 이날까지 5386억원 순매도했다. 올 상반기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10조3031억원)와 비교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2400선 위에서 쏟아진 외국인 매도에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450선을 돌파하며 숨가쁘게 오른 상황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에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추세적 하락장의 시작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경기와 이익에 대한 신뢰도 악화, 북한 이슈, IT주 부진 등 다양한 악재가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코스피가 8개월 연속 올랐다는 점이 최대 악재"라며 "하지만 이번 조정은 큰 조정국면의 시작이라기보단 단기 조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IT는 성수기인 3분기에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달러 약세는 신흥국 주식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며 "결국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국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1원 오른 1135.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달러/원 환율이 1110원대까지 밀려 외국인 입장에서는 차익실현 욕구가 클 수 밖 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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