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충격…IT株 주도주 왕좌 내주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8.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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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법인세 3% 인상으로 삼성電 세금 1.9조 더 낼 것..."주가 영향은 제한적"

세법개정안 충격이 증시 주도주인 IT·증권주를 덮치며 주도주의 빈자리를 경기민감주(화학 정유 철강 등)가 대신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세법개정안의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며 IT와 경기민감주의 순환매에 힘입어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코스피 시장에서 POSCO (398,000원 ▲6,500 +1.66%)는 전일대비 8000원(2.40%) 오른 3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4만2500원의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LG화학 (383,500원 ▲11,500 +3.09%)도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롯데케미칼 (102,100원 ▲3,400 +3.44%)도 장중 40만원을 넘어서며 52주 신고가에 근접하는 등 최근 증시가 출렁이는 와중에도 경기민감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세법개정안 충격…IT株 주도주 왕좌 내주나


기존 증시 주도주였던 IT와 증권은 세법개정안 충격에 조정이 계속됐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강보합세를 보이던 삼성전자 (77,900원 ▲2,400 +3.18%)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징역12년 구형 소식에 하락 반전하며 0.25% 내린 23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법인세 3% 인상시 세금 1.9조 더 내=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법인세 인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전이익을 고려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적과 잉여현금흐름, 배당이 모두 영향을 받고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예상 당기순이익이 4% 감소하고, 잉여현금흐름은 5%, 배당수익률은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적용되는 공제율 하향으로 실제 여파는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건스탠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조9350억원, 4800억원의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4.3%, SK하이닉스가 4% 감소하고 LG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도 각각 3.9%, 3.8%, 3.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찬 모건스탠리 리서치센터장은 "세법개정안이 IT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법안 통과를 둘러싼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도 있다"며 "법안 통과시 이익이 소폭 감소할 수 있으나 큰 그림에서 볼 때 의미 있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법개정안 가운데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로 증권주도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장주식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할 경우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감소할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상장 주식 대주주 범위가 일평균 거래대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조정의 빌미를 줬다.


◇경기민감주, 주도주 빈자리 채우나=기존 주도주인 IT와 증권이 후퇴하자 주도주 공백을 경기민감주가 채울 거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7년 강세장에서 전통적 주도주인 경기민감주는 상반기 국제유가 급락에 주가가 부진했다.

실제로 IT·증권 업종이 조정을 받는 동안 POSCO와 LG화학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롯데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는 반짝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경기민감주가 IT나 증권의 자리를 대신하기보다는 강세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도주 반열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준일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경기민감주는 유가 급락으로 2분기 실적 모멘텀이 안 좋았는데 3분기 이후 실적 회복이 기대되며 주가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IT는 가파른 주가 상승 이후 차익실현 욕구가 일부 드러났는데 실적 모멘텀이 꺾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IT도 경기민감주도 전망이 나쁘지 않아 강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IT와 경기민감주의 동반 순환매가 이어지겠다"고 전망했다.

한편 CLSA는 세법개정안이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 이슈로 해석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최명환 CLSA 리서치본부장은 "세법개정안은 현 문재인 정부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며 "일부 정책은 기업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개편 및 투명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의 더 큰 맥락은 여전히 강세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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