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강타한 세법개정안 '후폭풍'…장중 한때 2%대 급락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한은정 기자 2017.08.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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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대주주 주식 양도세 확대·배당소득증대세제 폐지에 투심 '급랭'

증시 강타한 세법개정안 '후폭풍'…장중 한때 2%대 급락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2017년 세법개정안이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외국인의 4000억원 넘는 주식 매도에 코스피 지수가 16거래일 만에 2400선을 내주며 급락했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0.78포인트(1.68%) 내린 2386.85에 마감했다. 장 초반 2423.21로 무난하게 개장한 코스피는 갑작스럽게 쏟아진 외국인 매물에 장중 한때 2% 넘게 빠지며 2374.11까지 밀렸다.



외국인이 402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연기금이 1163억원 매도 우위로 투매에 동참했다. 개인과 금융투자가 각각 3559억원, 184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서자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2.49%,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가 3.68% 하락했다. 정부의 부동산 고강도 규제정책에 건설업종지수가 4.69% 폭락했고 코스피 2400선 하회에 증권주도 직격탄을 맞으며 증권업종지수가 4.84%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2017년 세법개정안 내용 가운데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 세율 22%=>25%로 인상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 △배당소득증대세제 폐지 결정이 이날 투심을 붕괴시킨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안은 올해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끌었던 핵심 동력인 기업 이익을 훼손할 수 있어 투심 악화를 불렀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이슈로 이날 증시 조정폭이 컸다"며 "다만 법인세 3%포인트 인상이 곧 EPS(주당순이익) 3%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도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올리게 되면 이 기업들은 3조원의 법인세를 더 내게 된다"며 "다만 국내 증시 시가총액 1500조원 대비로는 0.2% 수준에 그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급격한 과세 확대도 외국인 매물 출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현행 코스피 주식의 대주주 범위는 지분율 1%, 보유액 25억원인데, 향후 보유액 기준이 빠르게 강화된다. 2013년 이전 100억원이었던 보유액은 2013년 50억원으로, 2016년에 25억원으로 줄었고 내년부터는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부터 3억원으로 축소된다.

증시 강타한 세법개정안 '후폭풍'…장중 한때 2%대 급락
윤 센터장은 "외국인 중에서도 특정 종목 지분율이 높은 경우 주식을 매도하려는 수요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중 배당소득증대세제가 종료됐다. 2014년 시행 이후 일부 대주주만 수혜를 봤다는 비판이 계속되면서 폐지된 것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세제 혜택으로 인한 배당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법개정안이 실제 증시에 미칠 영향보다 이날 주가 급락이 과했다고 판단했다. 허 대표는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도 7월 발표 이후부터 상향되는 추세로 코스피 기초체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이 증시로 흘러갈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도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이 꺾이고 주식시장이 반사이익을 보진 않았다"며 "부동산으로 흘러가던 자금이 증시로 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부동화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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