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 아닌데"…'노키즈존'에 발길돌리는 부모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7.08.0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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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맘충' 지적에 애꿎은 엄마들까지 피해…"서로 배려해야"

"맘충 아닌데"…'노키즈존'에 발길돌리는 부모들


#4살 딸을 키우는 주부 최모씨(34)는 외출할 때마다 식당 등 공공장소에 미리 전화를 걸어 "아이 데리고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묻는 것이 습관이 됐다. 지난달 한 식당을 찾았다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며 쫓겨난 경험이 있기 때문. 그는 "가게에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이와 부모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키즈 존'(No Kids zone)이 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녀를 동반하는 일반 가족들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맘충'이라는 속어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엄마'와 '아이', '육아'에 대한 선입견이 심어져 공공장소에서 갈등이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맘충'은 '엄마'(mom)와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로,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뛰는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엄마들을 비난하는 뜻의 신조어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만을 챙기는 이기적 엄마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분별한 '맘충' 남용…예의 지키는 부모들도 '눈치'



5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맘충'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가운데 아이와 부모의 입장을 아예 제한하며 '노키즈 존'을 선언하는 곳이 늘고 있다. 아이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식당 등에서 같이 운영하던 '아기 놀이방', '아기 밥' 등 서비스도 사라지는 추세다.

서울 동작구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써붙인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부터 '노키즈 존'으로 운영하면서 아이 동반 부모가 들어오면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실제 겪은 적은 없지만 워낙 주변에서 '맘충'이 많아 불편하다는 얘기도 많고, 아이들이 있으면 괜히 인상을 찡그리거나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손님들도 있어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노키즈존'이 아닌 곳이라고 해도 아이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눈치를 보거나 '맘충'으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있다.


6세와 3세 형제를 키우는 김모씨(35)는 지난달 길을 걷다가 흡연하는 남성 무리를 피해 아이들을 바깥쪽으로 세운 후 빨리 지나갔다. 그들은 김씨를 바라보며 "맘충"이라고 손가락질했다. 담배를 피우는 자신들을 피해 지나갔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온라인상에서만 접했던 단어를 직접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 날 이후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졌다"고 털어놨다.

◇부모와 부모 아닌 이들, 서로를 위한 배려 필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부모들의 행동 때문에 '노키즈 존' 현상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분식점을 하는 이 모씨는 "아이 부모들이 '우리 아이 조금만 먹일 것'이라며 공짜 음식을 달라고해서 황당했던 경우가 많다"며 "노키즈존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모'와 '부모가 아닌 이들'을 편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맘충' 신드롬을 해결하려면 서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모든 부모들이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맘충'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면서 아이키우는 엄마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커지고 있다"며 "자극적 용어일수록 시선끌기가 쉬워 더욱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충분히 당당할 수 있는 부모들도 괜시리 위축되게 만드는 '맘충'이란 용어를 남발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도 "아이 부모도 무조건적인 배려를 바랄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따라 아이가 '웰컴 키즈'나 '노 키즈' 대상이 된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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