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가에…소신파 애널리스트 늘었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7.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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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견 중립(HOLD) 비중 14.98%까지 지속 증가...동부증권 30%대로 1위

25일 유안타증권은 3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공시한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에 대해 '적극 매수'를 권고했지만 하반기에 주가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며 투자심리 약화에 대비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증권가에도 '소신파' 애널리스트가 늘고 있다. '매수(BUY)' 일색의 천편일률적 의견에서 벗어나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하향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 사상 최고가에…소신파 애널리스트 늘었다


투자의견 '중립'의 사전적 의미는 주가 상승 또는 하락 폭이 10% 이내로 예상돼 현 주가에서는 매수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 측의 기피로 '매도(SELL)'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내 증권가에서 투자의견 '중립'은 사실상 암묵적인 매도 추천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국내 증권사 중에 매도는 물론 중립 견해를 내는 애널리스트도 드물었지만 이제는 '중립'이 보편화 됐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가운데 '중립' 비중은 14.98%로 1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2.27%를 저점으로 투자의견 중립 비중은 꾸준히 상승했다. 작년 연간 평균(10%)과 비교하면 5%포인트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하향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가가 오르면서 목표주가를 계속 상향 조정했던 2000년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분석 대상 종목 주가가 목표주가에 근접했을 때 애널리스트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려면 주당순이익(EPS)을 상향 조정하거나 적용하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잣대)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주가가 올라 목표주가에 근접한다면 투자의견 하향은 불가피하다. 애널리스트 견해가 매수 일색이었던 2000년대 중반에는 10년치 이익을 미리 예상해 투자의견 '매수'를 계속 외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제정된 증권사 리서치의 독립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도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독립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 금융감독원이 제정한 강령에 따르면 상장사는 애널리스트의 정보 접근을 차단할 수 없고 부당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이는 과거 매도나 중립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를 출입금지 시키던 상장사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조치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국의 제도적 지침 변경으로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애널리스트가 많지 않다"며 "9월부터 시행 예정인 괴리율 공시제 이후에는 투자의견이 더욱 다양해져 시장 성숙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리포트 내부검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9월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괴리율)를 표기하고 공표 전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6일 기준 32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투자의견 '중립'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동부증권으로 33.09%에 달했다. 이어 KB증권(27.21%), NH투자증권(23.68%), 메리츠종금증권(23.74%), 대신증권(22.22%), 한화투자증권(21.48%) 순으로 높았다.

장화탁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 비해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이 강화되며 독자적인 투자의견 비율도 늘고 있다"며 "애널리스트의 책임 의식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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