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테크버블' 논쟁…"너무 올랐다 vs 더 간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7.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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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IT株 슈퍼사이클 논쟁…2000년대 초반 IT버블 재현되나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를 필두로 테크(IT) 주식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 '한국 IT 버블(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꺼져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경험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다수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는 "아직 버블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고점이 멀지 않았으니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韓증시 '테크버블' 논쟁…"너무 올랐다 vs 더 간다"


코스피 테크 지수는 지난 1년간 60.1% 상승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20.7% 상승에 그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같은 대형주 주가가 2배 전후로 올랐고 중소형주 중 4~5배 오른 '잭팟' 종목도 등장했다.

◇고점 멀지 않았다…"어깨에서 팔아라"=한국 테크 버블, IT주 고점 논쟁의 중심에 선 전문가들은 "고점이 멀지 않았으니 팔아야 한다"를 외쳤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와 4차 산업혁명 테마가 한창이고 실적과 주가도 좋지만, 과거 그랬던 것처럼 실적과 업황이 꺾이는 순간 주가가 급락해 시장이 무너질 거란 주장이다.



글로벌 IB 중에는 JP모간, UBS가 연초부터 한국 테크 주식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유지해왔다. 특히 반도체 1위 삼성전자보다는 업황에 따라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IT주 버블 논쟁의 중심에 섰다.

박정준 JP모간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은 물론 3분기 실적도 좋겠지만 고점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3분기를 고점으로 4분기부터는 실적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강세에 힘입은 실적호전 이후에 설비 투자가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이 나타나는 전례가 재현될 것이라 주장이. 그는 "2018년에는 설비투자 경쟁이 격화되며 메모리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고점을 앞두고 어깨에서 주식을 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2월 반도체 슈퍼사이클 논쟁을 점화시킨 UBS도 줄곧 반도체 업황은 2017년이 고점이며 2018년에는 하향 사이클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한국 테크 주식의 강세가 4차 산업혁명에 힘입어 장기 랠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같은 일시적 강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IT버블 재현? "이번에는 다르다"= 시장에 파급력이 큰 비관론이 소수인 반면 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한국 테크 업종에 대한 긍정론을 유지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비관론자들이 업황이 꺾일 것이라고 예상하면 결국 언젠가는 맞을 것"이라며 "하지만 고점은 멀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과거와 달리 시장점유율 확대를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있어 설비투자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韓증시 '테크버블' 논쟁…"너무 올랐다 vs 더 간다"
맥쿼리는 세 가지 근거로 IT주 강세가 2000년대 초반 IT버블 때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에 불과할 만큼 저평가 상태고 △기술주 랠리가 무차별적이었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선택적이라는 것 △기술주 열풍이 IPO(기업공개) 시장까지 확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동완 맥쿼리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은 자명하다"며 "버블과 거리가 먼 IT 호황이 2018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한국 테크 비중을 두 배로 확대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SK하이닉스 실적에서 모바일 D램보다 서버 D램 수요가 더 많았는데 이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반영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꺾일 것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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