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지와 실기시험용 치킨상자/사진=이재은 기자
"페리카나와 멕시카나는 같은 회사다?"
‘땡’ 시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며 시험지가 배부되자 곧 정적이 감돌았다. ‘아’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정면에 걸려있던 초시계가 보여주는 남은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OMR 카드를 바꿔달라는 외침이 잦아졌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제1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치러졌다. '치믈리에'(chimmelier)란 '치킨'과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의 합성어로, 치킨 맛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마침 이날은 치킨 소비가 여느 때보다 많은 중복이다.
2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서 진행된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사진=이재은 기자
시험 한시간 전인 오후 1시30분. 이벤트에 참가하려는 이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사진=이재은 기자
이날 시험에 응시한 이들은 참가 이유로 남들에게 없는 ‘자격증’을 꼽았다. 김세열씨는 "평소 치킨 마니아라서 주변에 자주 치킨을 소개해줬는데 자격증까지 있으면 내 말의 신빙성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치믈리에 도전을 위해 며칠 간 기자도 공부했다. /사진=이재은 기자
◇실기 난이도 높아… "다음해 기약"
필기시험 '닭가슴살' 부위 고르기 문제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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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높았던 필기 4번 문제. /사진=이재은 기자
2교시 실기시험을 위해 제공된 12개의 치킨 조각 /사진=이재은 기자
실기영역은 12개의 치킨 조각을 먹고 문제에 답하는 형식이다. /사진=이재은 기자
각 치킨 조각을 먹어보고 브랜드를 판별해야 한다. 하지만 '보기'가 많은 데다 브랜드별로 비슷한 메뉴가 많아 분별이 쉽지 않았다. 특히 프라이드는 맛이 회사마다 비슷해 조금씩 여러번 먹어봐야만 했다. 한 응시자는 "평소 동네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만 즐겨먹어서인지… 다 찍었다"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은 치킨·상업성은 아쉬워"
행사는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응시자는 "치킨이 다 식어 기대와 달리 맛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상업적이었다"면서 "필기시험 30번 문제인 '좋은 배달 앱을 고르시오' 문제가 유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행자는 주최 측을 답으로 고르지 않은 3명의 실명을 호명했다.
이번 시험의 필기 30문제·실기 12문제 중 각 절반 이상을 맞힌 응시자들은 치믈리에 자격증을 받는다. 합격자는 28일 개별공지, 31일 SNS 등을 통해 발표된다.
'치믈리에' 자격증 / 사진=이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