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20학년도 '논술 축소·폐지 대학'에 예산 더 준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7.07.23 07:00
글자크기

고교 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 지표 개선…文공약인 '대입단순화' 내용 포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마친 후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비롯한 대표 자문위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2017.7.1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마친 후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비롯한 대표 자문위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2017.7.19/뉴스1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항목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입전형 단순화' 항목을 포함시켜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꼽힌 논술·특기자전형 등의 축소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르면 현 고1이 입시를 치르는 2020학년도 전형부터 논술이나 특기자전형 정원을 줄이는 학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교육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위)에 따르면 60여개 대학 입학처에 약 5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고교정상화 사업) 평가 지표에 대입전형 단순화를 시행하는 대학이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키로 했다. 대입전형 단순화는 사교육 유발요인으로 꼽힌 논술·특기자 전형 폐지를 의미한다.

국정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대입전형 단순화'를 유도하기 위해 단계적 방안으로 고교정상화 사업 평가 지표를 개선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내년 고교정상화 사업 평가지표에 국정기획위의 결정을 즉각 반영해 발표키로 방향을 정했다"며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평가 지표에도 사교육 유발 전형에 대한 패널티는 일부 포함돼 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공개한 2016~2017년 고교정상화 사업 평가지표에 따르면 '대학별고사의 합리적 운영' 항목을 통해 논술전형 정원을 늘리거나 고교 교과 과정 내에서 소화할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한 대학은 최대 10점까지 감점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이 부분의 배점을 늘리거나 또 다른 항목을 신설하는 식으로 기준이 강화될 전망이다.

평가 지표가 수정될 경우 이르면 오는 2020학년도 입시부터 논술, 특기자 전형 등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꼽힌 전형들이 대거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르면 내년 4월경 각 대학들이 발표하는 대학별 전형시행계획은 현 고 1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이다.

대학들은 이런 방안이 상당히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사립대의 한 입학처장은 "각 대학은 고교정상화 사업 예산의 상당 부분을 입학사정관의 인건비로 소진한다. 대학등록금이 수년 째 동결되고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입학처가 이 사업 예산을 타내지 못하면 입학사정관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대부분 교육부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예산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전 입학처장은 "현 여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 목을 조여서는 안 된다'고 크게 비판하더니 결국 똑같은 방법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