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미사일 발사 참관 "대화도 힘 있어야"(종합)

머니투데이 우경희, 최경민, 김민우 기자 2017.06.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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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6.25 기념식에선 "피흘리며 맺은 우정 영원히 기억"..美에 화합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 2017.4.7/뉴스1  문재인 대통령 2017.4.7/뉴스1


한국형 탄도미사일 '현무2'가 굉음을 내며 날아올랐다. 점처럼 작아졌던 미사일이 쏜살같이 내려와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 북한 미사일 무력화를 위한 '킬체인'의 핵심인 현무2는 이번 실험으로 공격 성능을 입증했다. 두 눈으로 성공을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과학시험장을 찾아 현무2 발사시험을 직접 참관하고 "북한 미사일 도발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우리 방어능력을 직접 확인해 든든하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미사일 발사 참관은 대통령 본인 의지로 전격 결정됐다. 박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참관이 여러 의제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북한에 대한 자극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실무진의 염려 의견이 있었다"며 "그러나 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의지로 직접 참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을 맞이한 ADD 직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격의 없이 대화했다. 문 대통령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자 직원들이 2층 창가로 몰려나와 환호를 보냈다. 식사 자리에서 그간의 노고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발사를 참관한 후 "나는 대화주의자지만 대화도 강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며, 든든한 안보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런 면에서 ADD 연구체계는 파괴와 살상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의 수단이며, 여러분은 과학의 힘으로 국방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은 총 여섯 차례 예정된 시험발사 중 네 번째다. 한미 간 신미사일지침에 따라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탄도미사일의 핵심은 사거리와 정확도다. 단계별로 시험의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비행 사거리와 타깃 명중을 둘 다 충족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두 차례 더 시험발사 후 현무2를 전력화한다. 다만 오는 29~30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지침이 의제로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현무 발사 참관에 대해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비태세 점검과 동시에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 전략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전날 있었던 문 대통령의 이른바 사드 '1+5 배치'(1기는 올해까지 5기는 내년까지 배치) 발언에 대해서는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외신과 인터뷰에서 "당선 후 들으니 올해 말까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 말까지 배치하도록 돼 있었다"며 "그런데 미군이 4월에 2기를 기습 배치하고, 나머지 4기도 이미 국내에 반입했다고 해서 깜짝놀랐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드 배치 연기를 단정하는 질문에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절차적 투명성을 갖추는게 중요하지 사드 연기로 못박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급은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시험발사 참관 이후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67주년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 참석해서도 굳건한 한미동맹의 의미를 강조하는 등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확고한 한·미동맹과 압도적 국방력으로 안보를 지키겠다"며 "평화는 강하고 튼튼한 안보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겠다"며 "미군 등 유엔군이 6·25전쟁에 참전해 함께 피 흘리며 맺었던 우리의 우정을 영원히 기억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다듬은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 피난민 출신인 자신의 개인사도 거론하며 미군을 위시한 UN군 참전용사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 작전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전후세대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역사가 되었다"며 "그 때 그 덕분에 흥남에서 피난 온 피난민의 아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있다. 이 사실이 유엔군 참전용사 여러분께 기쁨과 보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에 대한 보훈 증진 역시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참전명예수당과 의료, 복지, 안장시설 확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다. 참전명예수당 인상과 의료복지 확대를 추진해 그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예우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참전용사들께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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