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8조 증발 BGF리테일…외국인 '분노의 팔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6.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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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한 BGF리테일, 오너 일가 주식 매도에 5% 추가 하락… 12일 만에 주가 24% 내려

시총 1.8조 증발 BGF리테일…외국인 '분노의 팔자'


지주사 전환 발표와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에 BGF리테일 시가총액이 단기간에 1조8000억원 증발했다. 지주사 전환 발표로 1차 충격을 받았던 주가는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에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재차 급락했다.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BGF리테일 (3,615원 ▲10 +0.28%)은 전일 대비 5500원(5.00%) 하락한 10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전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 보유 지분 3.97%, 1.12%를 주당 10만원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이날 외국인은 UBS,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BGF리테일 624억원 어치를 던져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최근 코스피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BGF리테일은 지난 8일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을 공시한 이후 24.3% 하락했다. 통상 증시에서 지주사 전환 결정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BGF리테일은 지주사 전환 발표 후 거꾸로 기업가치의 25%가 증발한 것이다.

BGF리테일이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자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일 주가는 8.33% 급락했고 이후에도 계속 흘러내렸다. 6월8일·9일에는 BGF리테일에 대한 공매도가 폭주했다.



BGF리테일 기업 분할에는 특이성이 있었는데 바로 투자사업을 맡을 지주회사인 BGF와 사업회사인 BGF리테일로 회사를 0.6512대 0.3488의 비율로 분할한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수익이 편의점에서 발생하는데도 지주회사인 BGF의 분할 비율이 높게 책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지주회사에 자산(현금, 단기금융상품, 관계기업투자자산) 대부분을 배정했다. 1분기 말 기준 BGF리테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09억원 규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지주사 분할 공시를 보자마자 공매도를 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순환출자나 지배구조에 대한 큰 이슈가 없는데도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며 투자회사에 대부분의 현금을 배정한 것은 편의점 성장성이 끝났다는 경영진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투자 가능한 현금을 지주사에 몰아줬다는 사실 자체가 편의점의 성장이 끝났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돈을 벌기까지는 최소 2~3년이 필요하므로 이 주식은 성장주에 부여되는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지주사 결정이 전해지자마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2014년 상장한 BGF리테일은 상장 당시부터 편의점 성장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대세상승을 거듭했는데 지주사 전환이 마침내 성장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돼버렸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주사 전환 결정 후 투심이 악화된 상태에서 나온 오너 일가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주가 고점 논쟁을 더 강화 시켰다.

한 개인 주주는 "지주사 전환 결정 이후 주가 고점 논란이 한창이었는데 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팔아, 고점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고 탄식했다.

이와 관련,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으로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하면 경영효율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사업적 리스크와 투자관련 리스크를 분리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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