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첨성대는…"세계문화유산 46% 지진·홍수 등 노출"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6.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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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문화재청·문화재방재학회 '2017 문화유산 방재 국제 심포지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조사원들이 지난해 9월 13일 경북 경주시 첨성대에서 강진에 따른 피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조사원들이 지난해 9월 13일 경북 경주시 첨성대에서 강진에 따른 피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외 석학들이 문화재 재난 대처에 있어 '예방'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자연·인적 재난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의 '사후 약방문'식 대처로는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2017 문화유산 방재 국제 심포지엄'에서 문화재 관련 국내외 석학들이 모여 문화재 재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로히트 지그야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문화유산 위기대응 분과위원장은 "세계문화유산의 46% 이상이 지진, 홍수 등 한 가지 이상의 지질학적 위험에 놓여있다"며 "사후 대책에서 벗어나 재해 전, 도중, 이후 상황에 대한 모든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역대 국내 문화재 재난 1150건 중 77%에 달하는 882건이 최근 10년(2007~2016년) 동안 발생했다. 지진 발생 추이는 1990년대 26회에서 2000년대 들어 44회로 급증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2008년 숭례문 화재와 2016년 경주 지진 등 재난 상황마다 대응 미흡으로 도마에 올랐다. 숭례문 화재 때 활용된 '문화재 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은 '침착한 소화활동', '신속한 상황 통보' 등 원론적인 방안을 수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에도 내진 항목을 빼놓은 실속없는 안전점검으로 또 한번 질타를 받았다.

올해 들어 문화재청은 재난 방지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월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방재연구실이 신설됐고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내 내진 실험을 위한 '구조안정성 시험연구동'도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이나 제도적인 확충 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대응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문화재 재난관리 체계상 재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문화재청, 문화재 소유주 및 관리자, 지방자치단체, 기타 유관기관(국민안전처, 소방처, 산림청, 가스공사, 전기안전공사) 등이 협력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나 모의 훈련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문화재 위기관리는 기술과 사람에 의한 관리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조직의 시스템에 의한 재난관리가 주목받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의 대응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민호 문화재방재학회장은 "(문화재 재난관리체계에) 협업이 법적 근거로도 명시돼 있고 총 100여 개 기관이 연관돼 있지만 '어떻게' 협력을 잘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문화재 시설을 갖춘 곳이 드물지만 유관기관의 협업체계 안에 일사분란하게 가동돼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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