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부스럼'…탁현민·안경환·홍준표 저서 '참사'

머니투데이 모락팀 한지연 기자 2017.06.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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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식·국가관·성범죄까지…유명인사들, 내가 쓴 글에 '발목'

(사진 왼쪽부터)탁현민 행정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홍준표 전 대선 후보(사진 왼쪽부터)탁현민 행정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홍준표 전 대선 후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홍준표 전 대선후보까지 세 사람의 공통점은 과거 스스로 남긴 기록으로 중요한 시기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이다.



세 사람을 붙잡은 '기록'은 모두 직접 쓴 책이다. 과거의 '나'가 미래의 '나'를 멈춰세운 셈이라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탁현민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그릇된 성(性)관념 비난쇄도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저서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2007년 펴 낸 자신의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에서 "콘돔의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썼다.
탁현민 행정관의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탁현민 행정관의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같은 해 3명의 저자와 함께 공동저자로 참여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임신한 선생님이 성적 판타지"라고 언급했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여중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며 동년배 친구들과 여중생을 "공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서 속 표현 때문에 탁 행정관은 부적절한 성 관념과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탁 행정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논란 초기 그는 "10년 전 잘못된 나의 언행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여성 의원들도 '여성 비하' 논란이 제기된 탁 행정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007년에 낸 두 책이 10년 후 그를 끌어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안경환 '남자란 무엇인가''셰익스피어, 섹스어필'…왜곡된 가치관 파장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과거 쓴 저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해 출간한 책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고 썼다가 그릇된 성 관념을 가진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안경환 전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 섹스어필', '조영래평전'안경환 전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 섹스어필', '조영래평전'
'셰익스피어, 섹스어필'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너에게는 아메리카라는 또 다른 조국이 있다"라고 써 올바른 국가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영래 평전'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폄하했다고 비난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안 전 후보자는 '위장 혼인신고' 전력이 드러나 결국 자진 사퇴했다.


◇홍준표 '나 돌아가고 싶다'…성범죄 가담 논란

홍준표 전 19대 대선 후보자의 경우 자서전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서전에서 대학시절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해 '돼지 발정제'를 구해다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사퇴 여론이 일면서 홍 후보는 거듭 사과해야했고 결국 낙선했다.
홍준표 전 대선 후보자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홍준표 전 대선 후보자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
전두환·이순자 부부도 책을 발표하며 긁어 부스럼을 만든 사례다. 부부는 지난 3월과 4월 잇따라 회고록을 발표하며 자신들 또한 5·18 희생양이라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전두환 회고록(총3권), 이순자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저서 '빙하는 움직인다'전두환 회고록(총3권), 이순자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저서 '빙하는 움직인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또한 발표한 책 때문에 피곤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는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지난 2007년 당시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여부를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 측은 송민순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고 송 장관은 검찰에 출석해야 한다.

정계와 학계 인사들이 자서전과 회고록 등 저서를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다. 책의 판매 자체에 신경을 쓰기 보다 이름을 알리거나 자기 과시용으로 저서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구술 주체가 본인이 되는 자서전의 특성상 왜곡과 미화가 이뤄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출판계 관계자는 "유명인사들의 자전적 글이나 책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주관적 서술을 하다보니 마치 영웅담처럼 작은 일들을 부풀려 쓰기도 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도 엄격히 검증하지 못한다"며 "솔직한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유명인사나 공직자라면 책을 낼 때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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