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 맞고 점 빼면 더 나을텐데"…시술 권하는 사회

머니투데이 모락팀 이재은 기자 2017.06.2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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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티 등 사소한 결점까지 시술 부추겨…"외모관리가 의무, 스트레스·갈등 우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직장인 A씨(28·여)는 며칠전 들뜬 마음으로 중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기분이 엉망이 돼 돌아왔다.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난 A씨에게 ‘왜 이렇게 망가졌냐’며 외모 지적을 한 것. A씨는 “주근깨와 기미가 많아 안색이 안좋은데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빼라"라거나 “미간에 보톡스 맞으면 인상이 한결 좋아보일거다" 등 친구들로부터 시술을 권유받았다.

#얼마 전 회사를 정년퇴직한 B씨(57·남)는 피부과에 다녀볼까 고민 중이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B씨 얼굴에 생긴 검버섯이 안줏거리가 됐기 때문. B씨는 “주변에서 이런 걸 달고 다니면 늙어 보인다며 피부과를 추천해줬다”며 “다들 하니 나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풍토가 만연한 가운데 조금 낮은 코나 얇은 입술부터 점, 주름, 잡티 등 외모의 사소한 결점까지 시술을 권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얼굴 성형이나 피부 시술 등을 위해 일반인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초 본인이 성형·시술 등에 대한 의사가 없더라도 타인의 외모 지적과 시술 권유 등에 못이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들./사진=이동훈 기자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들./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은 세계 1위 성형 국가로 꼽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1년 통계를 분석해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 횟수는 13.5건으로 한국이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가장 빈번한 국가라고 보도했다.

얼굴 성형 대신 비용 부담이 적은 피부과를 찾아 레이저나 주사를 맞으며 관리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30대 남성 남모씨는 "요즘은 피부가 깨끗해야 자연스런 귀티가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주변에도 피부관리를 받는 남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올 1분기 피부과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지난해 1분기 보다 기관당 0.8명 늘었다. 이비인후과, 외과 등 대부분 과목의 방문객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병원 대신 전문 피부관리실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피부관리업체를 운영하는 이다미 원장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2년 전에 비해 신규고객이 10% 늘었다"며 "여자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남자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외모 관리에 집착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신을 가꾸는 분위기가 과열돼 자칫 의무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인의 겉모습을 지적하고 시술을 권하는 건 외모에 대해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며 "잡티 없이 하얀 피부 등 미(美)에 대한 획일적 기준을 대면서 이를 벗어나면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사소한 시술 권유도 타인에게는 자신감 상실이나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직장인 강모씨(28·여)는 “주변에서 자꾸만 코가 아쉽다며 필러를 맞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쓰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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