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가 젊었다면…' 바이오투자 도와줄 네비게이터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7.06.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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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새책]바이오스펙테이터刊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빌게이츠가 젊었다면…' 바이오투자 도와줄 네비게이터


망망대해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나침반과 지도가 필요하다. 투자를 할 때도 나침반과 지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바이오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이 어느 정도 경제적성과로 이어지느냐다. 개발되는 신약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알아야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증시에서 바이오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이 투자한 바이오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어렴풋하게라도 아는 투자자들은 드물다. '~카더라' 수준의 정보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라 짐작된다.

문제는 생명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바이오기업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는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신약개발 연구 현황, 기술의 원리, 배경이 되는 생명과학을 차분히 설명한다.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과 난이도의 해설이다.



그럼에도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도판을 활용했다. 도판은 필자 가운데 한 명이 직접 칠판에 분필로 그린 것을, 다시 사진으로 촬영해 책에 실었다. 원고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고르고, 어떤 그림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지 논의한 후, 실제 독자가 앞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말로 설명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컴퓨터 그래픽이 익숙한 독자들에게, 손맛(?)이 담긴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지은이들은 바이오 및 제약산업 전문매체 '바이오스펙테이터'의 기자들이다. 이들은 '전문'매체 기자들 답게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책으로 녹여냈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바이오 의약품의 주를 이루는 단백질 의약품, 사람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 치료,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는 유전자 치료, 한국이 선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 암을 발병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인 조기진단, 근대적인 의료의 개념을 과학으로 뒤집으려는 동반진단과 맞춤 정밀의학, 모든 사람의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과 치료제의 개발 현황을 다룬다.

바이오사이언스로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의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한국의 크고 작은 바이오테크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첨단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바이오사이언스가, 자연스럽게 대중 과학의 콘셉트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최근 빌 게이츠는 트위터에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인공지능, 에너지, 생명과학(biosciences)을 공부하겠다’라고 적었다. 빌 게이츠가 언급한 생명과학이 바이오 의약품의 토대가 되는 학문이다. 지금까지의 의료 기술로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병, 만성질환, 유전질환, 희귀병은 물론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바이오사이언스가 바탕이 된 바이오 의약품이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바이오 의약품 연구 개발은, 현재 연구자와 개발자가 중심이 된 300여 개의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 매출 수백 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인 제약기업들과 한국의 바이오테크는 어떻게 경쟁하고 협업하고 있는지, 한국의 바이오테크들은 어떤 과학기술을 이용해 난치병과 암을 잡으려 하는지 이 책을 본다면 대략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바이오기업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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