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귀한 몸' 韓 IT하드웨어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6.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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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한미일연합 도시바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IT하드웨어 주가 "더 간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지난 3월 초 '반도체 슈퍼사이클' 고점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빅 사이클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2000년대 초반 대우증권 조선업종 애널리스트로 조선주 폭등을 예견했던 조 센터장은 "4차산업 관련 기업의 성장과 주가 급등은 정해진 미래나 다름없다"며 "4차 산업 혁명 과정에서 막대한 메모리가 필요하고 반도체 호황은 고점은커녕 지금이 바로 시작"이라고 말했다.



큰 그림을 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조 센터장의 3개월 전 전망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실적 전망과 주가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21일 중국 A주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 신흥지수 편입 소식에 시장이 소폭 흔들렸지만 SK하이닉스는 6만6000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주가에 기름을 부었다.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연합'을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한미일 연합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베인캐피탈, 한국의 SK하이닉스 등으로 구성됐다.

이 소식에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는 전일대비 800원(1.25%) 오른 6만4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6만63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7일 연속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 우선주도 장중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한국 IT하드웨어 주식의 인기는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페이스북 등 IT소프트웨어 주식의 급락과 대조돼 주목받고 있다. IT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식을 보는 관점이 D램 가격, 분기 실적과 같은 지엽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4차산업 혁명에 있어 IT하드웨어 역할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테크팀장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애플을 넘어 세계 최대 분기실적이 예상되고 SK하이닉스도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이익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IT하드웨어에 대한 재평가"라며 "시장이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에 보여줬던 열광에 비해 저평가됐던 하드웨어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4차산업 혁명의 새로운 헤게모니를 이끌어가는 기업은 최근 하드웨어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구글은 픽셀폰 맞춤형 반도체 개발을 위해 애플에서 반도체 개발을 이끌었던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구글의 모바일 성장을 주도했던 앤디 루빈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세웠다. 이번 도시바 인수를 둘러싼 온갖 소문과 각축전도 IT하드웨어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황 팀장은 "구글 사례는 하드웨어 혁신 없이 소프트웨어 혁신을 실행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확산 될수록 하드웨어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이제 반도체 주가와 관련된 분기실적 고점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4차산업 혁명이 확산돼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 더 빠르고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연산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현재진행형인 4차산업 혁명의 한복판에서 시장은 빅데이터를 위한 IT하드웨어 가치를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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