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英메이·日아베…'위기의 수장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7.06.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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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트럼프·'늑장대응' 메이·'사학 스캔들' 아베…지지율 급락

美트럼프·英메이·日아베…'위기의 수장들'


미국, 영국, 일본 수장들이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형 화재와 테러 등 잇단 악재로 신임을 잃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학 스캔들' 의혹을 받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세 수장의 정치적 위기는 지지율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론까지 나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내림세다.



미국 CBS방송은 최근 1000여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6%를 기록해 재임 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로 나타났다. 4월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국정 지지도가 41%, 지지 반대는 53%였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CNBC는 8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7%로 4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고 19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선거에서 가장 정확했던 곳 중 하나인 라스무센의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에서 내 지지율이 50%를 달성했다"며 자축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캡처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선거에서 가장 정확했던 곳 중 하나인 라스무센의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에서 내 지지율이 50%를 달성했다"며 자축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캡처
다만 라스무센의 지난주 여론조사는 지지율 50%, 반대 50%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선거에서 가장 정확했던 곳 중 하나인 라스무센의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에서 내 지지율이 50%를 달성했다"며 자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린 바로 다음날 같은 조사 기관에서 지지율은 2%포인트 떨어져 48%, 반대는 1%포인트 올라 51%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단체들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등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수사 중단 요구를 하고 끝내 그를 해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법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사법방해는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 정치권 내에서는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의 희생자라며 "나는 내게 FBI 국장을 해임하라고 말한 사람에 의해 FBI 국장을 해임한 것을 놓고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의 제이 세큘로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주 안에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 이른바 '코미 테이프' 존재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코미 테이프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그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만약 테이프가 존재한다면 트럼프의 운명을 좌우할 '스모킹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런던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 집무실 인근 화이트홀 앞에서 총리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영국 런던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 집무실 인근 화이트홀 앞에서 총리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취임 1년 만에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에 미흡하게 대처해 총리 사임 요구 시위가 열리고 불신임투표가 거론되는 등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8일 승부수로 던졌던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입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어 발생한 런던 화재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첫 입장을 밝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화재 발생 이튿날인 15일에서야 현장을 방문,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영국 시민들은 총리 집무실 인근에서 "메이 총리는 물러 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메이 총리는 17일 총리 집무실에서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 자원봉사자들과 면담했다. 이후 성명을 통해 초기 대응이 미비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500만 파운드(약 75억 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고, 3주 내에 모든 피해자에게 새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 악화는 보수당까지 번졌다. 선데이타임스는 18일 보수당 강경파 세력인 '1922 위원회'를 중심으로 오는 28~29일쯤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단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선패배, 화재 참사와 더불어 연이은 테러도 메이 총리의 입지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맨체스터 테러, 런던브리지 테러에 이어 지난 19일에는 영국 런던 북부 핀즈버리 파크 모스크 부근에서 이슬람 신도를 겨냥한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늑장대응 비판을 받은 메이 총리는 이번에는 사건 발생 즉시 애도 성명을 내고 현장을 방문했다.

잇단 악재로 영국 집권 보수당은 노동당에 지지율을 추월당했다. 19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이 ITV 아침방송 '굿모닝 브리튼' 의뢰로 16~17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44%)이 보수당(41%)을 앞섰다. 지난 5월 5~6일 진행된 서베이션 조사에서는 보수당이 노동당보다 17%포인트 앞선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지난 19일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 공식 돌입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해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총선 패배와 메이 총리의 불안한 입지를 지적하면서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는 각각 가케학원, 모리모토 학원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AFPBBNews=뉴스1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는 각각 가케학원, 모리모토 학원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AFPBBNews=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학 스캔들'과 '공모죄법 강행처리'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마이니치신문,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사들이 지난 17~18일 각각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7~12%포인트 떨어진 36~49%로 조사됐다.

지난 3월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아키에 스캔들'에 이어 최근 '사학 스캔들', 더불어 여당이 공모죄법을 강행 통과시킨 점 등이 지지율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사카시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극우성향의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이 지난해 6월 9억5600만 엔(약 97억 원) 상당의 국유지를 1억3400만 엔(약13억 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모리모토학원 산하 초등학교의 명예 교장을 맡았던 아키에 여사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검찰은 지난 19일 모리토모학원 측 압수수색을 시작하며 진상 규명에 나섰다.

아키에 스캔들에 이어 아베 총리는 30년 지기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법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에 특혜를 줬다는 사학 스캔들에 휘말렸다. 일본은 수의사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52년간 수의과 대학 신설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일본 문부성이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내주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 연립여당인 자민·공명 양당이 인권침해 문제로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대한 '조직적 범죄처리법 개정안'(공모죄 법안)을 지난 15일 새벽 강행 처리하면서 아베 내각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추락한 지지율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깊이 반성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정권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개각과 집권 자민당 간부 인사 단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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