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위조지폐, 충청도 70대 스님이 샀다 왜?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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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위조달러 밀반입해 국내 유통한 일당 무더기 검거…경찰 "수사 확대 방침"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중국에서 위조지폐 100달러권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위조한 수준이 조잡했지만 이를 사용하려고 70대 승려가 위조 달러를 구입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위조통화의 취득 및 행사 혐의로 이모씨(53) 등 11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이씨 등 10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중국에서 위조된 100달러권 화폐를 저가에 매입, 국내에 밀반입해 서울 종로3가와 용산 등에서 은밀하게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1억원의 부채를 해결하려던 이씨는 지인 최모씨(55)에게 중국에서 위조 화폐를 구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씨와 최씨는 위조 화폐를 사서 국내에서 유통해 이득을 얻기로 공모했다.

지난해 11월 이씨는 위폐 구입 자금을 댔고 최씨는 중국에서 중국인 H씨로부터 100달러권 300매 총 3만 달러를 150만원에 구매했다.

이씨와 최씨는 종로3가와 용산 등에서 위폐나 구권 화폐를 취급하는 위조통화 알선책 최모씨(57) 등 6명을 접촉했다. 알선책 최씨 등은 "위폐 감별기를 통과한 위조 달러"라고 홍보하며 위폐 매입자를 수소문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배모씨(70·승려)는 위폐 100장을 500만원에 구입했다. 배씨는 "절을 지어보려 위조 달러를 매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4~5년 전 스님이 된 배씨는 현재 충청도 한 사찰에 소속돼 있다. 결국 배씨는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 일당은 위폐 매입자를 수소문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본인 외에 다른 일당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 등 점조직 형태로 은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 등이 유통한 위조지폐는 실제로 위폐 감별기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경찰은 위조 달러 300매 중 77매를 압수했다.

이씨 일당 등 대부분은 서울 종로 일대에서 위조 수표를 거래하고 유통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위조 화폐 관련 유사 전과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일당이 반입한 100달러권 미화의 위조 정도가 정교하지 못해 유통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나 유통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계속 추적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폐 등 알선 브로커들이 주로 활동하는 종로3가 낙원상가 일대를 대상으로 위폐 유통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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