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폭염·최악 가뭄…이상기후가 바꾼 휴가 풍경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6.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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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호텔서 머무는 '스테이케이션'인기…가뭄에 경포해수욕장은 1주일 개장 연기도

서울신라호텔은 여름휴가로 '호텔 스테이케이션'을 택한 고객들을 위해 늦은 밤까지 야외수영장 '어번아일랜드'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신라호텔서울신라호텔은 여름휴가로 '호텔 스테이케이션'을 택한 고객들을 위해 늦은 밤까지 야외수영장 '어번아일랜드'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출시했다. /사진제공=서울신라호텔


6월에 찾아온 때이른 폭염과 목타는 가뭄 등 이상기후가 휴가 풍경도 바꿀 모양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지난달 3일 처음으로 섭씨 30도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기록(5월 19일)보다 약 2주 빠른 수치다. 국민안전처는 5월부터 이달 20일까지 11일 동안 폭염 특보가 발령돼 전년 대비 4일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지난 16일 첫 폭염 특보가 발표됐다. 이는 7월 초·중순에 발효된 최근 3년과 비교할 때 20일 이상 빠르다.

최근 특급 호텔들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심의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 맞춤형 패키지를 내놨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물다'란 의미의 스테이(stay)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말로 집 혹은 도심 인근에서 휴가를 즐기는 걸 말한다. 예상치 못한 이른 더위에 불편한 이동보다는 편안한 휴식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주요 해수욕장도 조기개장과 개장 연기 등으로 더위와 가뭄의 영향권에 놓인 상태다.



콘래드서울의 루프톱 바 '버티고'는 자정~새벽 1시까지 열어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콘래드서울콘래드서울의 루프톱 바 '버티고'는 자정~새벽 1시까지 열어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콘래드서울
◇ 멀리 떠나는 대신 호텔서 '스테이케이션'…루프톱·수영장 인기



19일 글로벌 호텔 검색 엔진 '호텔스컴바인'이 수도권 미혼 여성(25세~35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텔 이용 성향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텔을 예약하는 주요 목적으로 '스테이케이션'이 21.3%를 기록, 2위를 차지했다. 최리아 호텔스컴바인 마케팅 부장은 "호텔스컴바인 자체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수영장, 루프톱 바 등 특색 있는 시설을 갖춘 호텔들의 예약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서울신라호텔은 '스테이케이션'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여름밤 달빛 아래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원스 인 어 문라이트'(Once in a Moonlight) 패키지를 출시했다.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Urban Island)를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입장 혜택을 포함했다. 패키지는 7월 1일부터 9월 2일까지 이용가능하다.

야경을 즐기며 시원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로 호텔 루프톱바도 주목받고 있다. 특급호텔들은 새로운 바텐더를 영입하고 새로운 메뉴를 제공해 고객의 발길을 잡아 끈다. 콘래드 서울의 루프톱 바 '버티고'에선 다양한 그릴 요리와 라이브 밴드의 공연을 함께 선보인다. 월요일~목요일과 일요일은 자정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은 새벽 1시까지 이용 가능해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루프톱 바에선 흥인지문이 내려다보이는 야경을 감상하며 한국의 전통주를 기반으로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15층 야외 가든 테라스에서 수제 버거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비어 앤 버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7~8월 동안 야외 수영장에서 즐기는 '풀사이드 바비큐' 프로모션을 저녁 10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가족 이용객에겐 호텔에서 단순히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스테이테인먼트'(Stay+Entertainment)가 인기다. 오는 7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개장하는 힐튼 부산은 호텔 안에서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는 '스테이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힐튼 부산 안에 조성되는 '아난티 타운'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도서관, 안티에이징 클리닉부터 반려동물 호텔까지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코리아'는 루프톱 바나 수영장이 있는 17개 국내 호텔을 모아 최대63%까지 할인해 주는 행사를 다음 달 31일까지 진행한다. 씨트립 관계자는 "스테이테인먼트가 호텔을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부대시설이 호텔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조기 개장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폭염으로<br>
 전년 대비 피서객이 30%이상 늘어난<br>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지난 1일 조기 개장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폭염으로
전년 대비 피서객이 30%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
◇ 해수욕장 희비…해운대는 폭염에 피서객 급증vs경포해수욕장은 가뭄에 개장 연기


해수욕장의 희비는 엇갈린다. 지난 1일 조기개장한 해운대해수욕장은 폭염으로 지난해보다 피서객이 31.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달 20일까지 해운대·송도·송정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31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만명)보다 급증했다. 부산의 광안리·다대포 해수욕장(7월 1일)이나 제주도의 협재·금릉·이호·함덕해수욕장(6월 24일)도 피서객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반면 내년 여름 60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찾는 강원 강릉의 경포해수욕장은 울상이다. 강릉시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던 경포해수욕장의 개장을 1주일 연기했다. 이날부터 제한급수도 시행할 예정이다. 강릉시에 따르면 20일 기준 지역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이 393만 9000톤으로 저수율이 31%에 불과하다. 예년 평균인 68.9%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강원지방기상청은 당분간 큰 비가 내릴 예보도 없어 7월 말까지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 측은 "피서철 용수 사용량은 평균 1만톤이 늘어난다"며 "피서객의 불편을 줄이고 생활용수를 아끼기 위해 개장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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