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고도성장의 그늘을 들춘 '거품시대'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6.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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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홍상화 '거품시대'

80년대 고도성장의 그늘을 들춘 '거품시대'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199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말이다. 그 당시 우려가 간간히 나왔지만 실체가 확인된 것은 90년대 말 IMF체제로 상징되는 국가부도 위기 상황이었다.



청년실업과 구직난,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이제는 터뜨릴 샴페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회의와 자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샴페인으로 흥청거리고 거품이 가득 끼었다고 평가받던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거품시대'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 약 3년 동안 권력과 돈을 맹목적으로 추종해 온 사회를 해부한 세태 소설이다. 독재와 부패로 점철된 정치와 경제 분야, 얽히고 설킨 정경유착의 실상을 파헤친다.



30대 후반의 인물 진성구, 이진범, 백인홍, 권혁배, 이성수의 삶이 얽혀 이야기가 전개 된다. 기업인들의 비자금 조성, 하청 업체 도급 입찰을 통해 돈을 빼내는 관행, 혼사를 통해 정치권과 얽히는 기업인들, 여당 거물 정치가나 청와대 경호실 인물과 접촉하는 모습 등은 당대 부와 권력을 향한 욕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비자금과 정경유착은 현재도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만큼 기시감(데자뷰)의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은 고도 성장기의 장밋빛 거품을 걷어내고 그늘을 들여다 본다. 정경유착과 비리가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켰는지 다룬다. 작가는 "내가 겪은 1970년대와 80년대는 88 서울올림픽으로 표현되는 희망과 영광의 시대였지만 동시에 독재와 부패의 시대였다"며 "지난 시대를 돌아보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 할 일이다. 그 세대와 오늘을 서로 화해시키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상화 작가는 상대 출신의 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받았고 1989년 장편 '피와 불'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3∼94년 신문에도 연재됐던 '거품시대'는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로 전체 5권으로 출간됐다.

◇거품시대 1~5=홍상화 지음. 1권 264쪽·2권 280쪽·3권 264쪽·4권 292쪽·5권 364쪽, 한국문학사 펴냄. 각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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