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무니 보이는 것들…시인이 허문 담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6.17 07:46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담장을 허물다'…공광규 시인의 자연예찬

담장을 허무니 보이는 것들…시인이 허문 담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나의 정원이 되었다…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담장을 허물다' 중)



공광규 시인은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홍성과 보령을 거쳐 청양에서 자랐다. 수백 평 텃밭과 백 살 된 느티나무, 하얀 풍년초 꽃이 덮인 과수원과 연못을 벗삼아 살았다. 그의 시에는 자연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또 공 시인은 스스로 시 창작가이기도 하지만 친절한 시 배달부이기도 하다. 머니투데이를 통해 시인과 시를 소개하고 전달하는 '시인의 집'을 꾸준히 연재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단 하나의 시만 담겼다. 2013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 '담장을 허물다'다. 몇해가 지났지만 그의 시에 이야기같은 그림이 더해져 한편의 가벼운 동화같은 시화집이 완성됐다. 고향에 돌아와 기울어진 담과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낸 화자는 그 너머로 꽃, 나무, 연못 등 자연을 한 눈에 담아낸다. 보령 군수에게 오서산 봉우리를 정원으로 내놓으라고 할 참이라는 가벼운 위트도 곳곳에 있다.



시인은 '담장 허물기'라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내 것'만을 소중히 여기는 세태를 성찰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담장을 높이고 세상과 거리를 두며 소유하는 데 집착하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인지 질문한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자연을 상상하게 한다.

여기에 감성적인 삽화가 시의 흥취를 더한다. 김슬기 작가는 책에 보령과 청양을 답사하며 그곳의 풍경을 책에 담았다. 다색쇄 판화 작업을 통해 풍경을 판에 새기고 찍어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덕분에 담장 너머로 보이는 보랏빛 맥문동, 끝없이 펼쳐진 초록 논밭, 별빛 섞인 하늘 등의 풍경에 다채롭고 깊은 색감을 담았다.

◇담장을 허물다=공광규 시·김슬기 그림. 바우솔 펴냄. 40쪽/1만1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