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럭키백]사이언스 아트의 역할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2017.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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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템(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은 혁신 교육의 핵심 키워드다. 스템이 확장된 스팀(STEAM) 교육이란 용어도 등장한 지 오래다.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학장을 역임한 존 마에다는 2008~2013년 재임 당시 ‘스템 투 스팀(STEM to STEAM) 운동’을 시작했다. 기존 스템에 예술·디자인을 추가한 개념이다.

존 마에다는 2013년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과 예술은 무엇이 진리이고 중요한 지, 그리고 사회를 어떻게 움직일지 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쉽진 않지만 그 해답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과학과 예술이 동일한 속성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차두원의 럭키백]사이언스 아트의 역할


최근 ‘사이언스 아트’(Science Art)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필자는 사이언스 아트가 그저 다양한 과학적 지식·경험·원리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장르이며, 일종의 융합 교육의 한 분야로만 알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은 예술과 디자인의 힘을 빌어 시장에 출시돼 왔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이언스 아트의 형태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며 혁신을 함께 견인하는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휴먼플러스(human+)-인간의 미래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는 첨단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데 목적을 뒀다. 그 곳에서 적색맹을 치료하기 위한 안테나를 머리에 삽입해 주변 컬러를 소리로 전달받는 세계 최초 사이보그인 닐 하비슨(Neil Harbisson), 아이들이 울 때마다 침대를 흔들어 주는 로봇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두피 표면적을 확장시켜 빠른 열 발산을 가능하게 하는 열표피 성형술, 생산현장에서 인간을 관리하는 로봇, 리셉션 로봇 나딘(Nadine) 등 현재 혹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칠 수 있는 기술들의 영상과 작품, 혹은 관람객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실물 등을 접했다.



기술발전의 방향과 한계, 그에 따른 윤리 기준의 변화, 잠재적인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미래 등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고, 그만큼 경제 사회와 개인의 삶에 미치는 파괴력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규제 장벽 해소와 인간의 안전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을 생활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와 구성원들이 지닌 수용성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들은 시범운용 혹은 시제품 등을 통해 이러한 수용성을 확인한다. 이런 수용성 확보, 막연한 불안감 해소에 예술이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얼마 전 국내 과학관 관계자와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과학관은 하드웨어 중심의 예산 지원에 따라 참신한 전시기획 등 소프트웨어 지원에 대한 인색하다는 얘기였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행사를 개최함에도 부스 중심으로 기획돼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끝인 행사가 대부분인 것이 우리 과학문화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1990년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T(정보통신) 테스트베드였다.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불리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첨단기술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혁신이 혁신을 낳는 속성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

스팀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뿐만 아니라 세대를 넘어 양질의 과학기술과 예술 관련 콘텐츠를 쉽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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