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아니면 외계생물? 억울한 문어를 위한 변론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6.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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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사이 몽고메리 '문어의 영혼'

괴물 아니면 외계생물? 억울한 문어를 위한 변론


서양에서 문어는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문어는 괴물로 묘사된다. 푸른 피가 흐르고 세 개의 심장, 여덟 개의 다리를 지녀 외계 생물의 원형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작가들에게도 문어는 '가장 이질적인' 생물로 느껴졌던 셈이다.



사이 몽고메리의 과학 에세이 '문어의 영혼'은 작가가 문어와 가장 가깝게 교감한 기록이다. 그는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에서 2년여 동안 수족관을 드나들며 문어인 아테네, 옥타비아, 칼리 카르마를 만난다. 처음 만난 문어 아테나의 빨판과 자신의 살갗이 접촉된 순간을 그는 "외계인의 입맞춤 같았다"고 전한다.

이후 그는 수족관의 정식 '문어 관찰자'가 돼 그들의 삶과 고통, 사랑과 죽음을 탐구하고 기록한다. 그가 만난 문어들은 사실 괴물도, 외계 생물도 아니었다.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낯선 이를 경계하며 친숙한 사람을 환영했다. 때론 빨판이 달린 다리로 다정하게 감싸안고 장난스럽게 물벼락을 끼얹다가도, 먹이를 주지 않았다고 심통을 부렸다.



문어는 '눈'이 아닌 '맛'으로 세상을 읽는다. 색맹에 가깝지만 문어의 혀는 인간의 혀보다 100배는 더 민감하기 때문. 그럼에도 최대 4년을 사는 문어의 삶의 굴곡은 여느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 몽고메리가 처음 만난 문어 옥타비아는 알을 낳고 수개월을 살뜰히 보살피다가 쇠약해지고 병을 얻어 죽음을 맞는다. 그들을 돌보는 사육사도, 가까이 지켜본 저자도 문어와 교감하며 위로받는다. 문어에 대한 '억울한 오해'는 사실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에서 나온 것 아닐까.

◇문어의 영혼=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펴냄. 356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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