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주식시장에 피는 꽃-미인주의 탄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6.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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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오키프, 뉴욕메트로폴리탄 소장작품 조지아오키프, 뉴욕메트로폴리탄 소장작품


"실적도 탄탄하고 주가도 과하게 저평가인데 왜 오르지 않는 걸까요?"

"누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그래요. 주식시장에서도 누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모든 주식은 소외주일 뿐입니다. "



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한미약품 오뚜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POSCO LG전자…최근 몇 년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꽃핀 주도주들의 차트를 살펴보면 전성기 이전엔 이들도 장기간 소외주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1년 100만원대를 돌파한 이후 150만원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2016년 어느 날 한 사람이 외쳤다.



"삼성전자의 체질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특정 사업부만 주도적으로 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가전이 모두 돈을 버는 황금기가 올 것이다. 영업이익 50조원은 꿈이 아니다. "

반신반의하던 다른 사람들도 돋보기를 들고 삼성전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정말로 삼성전자가 달라진 것 같아 보인다. 이럴 수가. 독보적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정말 대단하다. 삼성전자도 달라진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아껴놓았던 대량의 자사주 13.3%를 다 태워버린다. 주주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주가는 200만원을 돌파해 250만원을 향해 질주한다.

[내일의전략]주식시장에 피는 꽃-미인주의 탄생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삼성전자는 한국증시에서 식상한 주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참 신기하죠. 누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꽃피지 못해요. "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물론 그는 김춘수의 잘 알려진 대표작인, '꽃'을 모티브로 활용해 말한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일본의 저명한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어린아이에게 '착하다'고 말해주면 착해지고, '똑똑하다'고 말해주면 똑똑해진다고 설명한다. "당신은 누구다"라고 말해주면 기대에 부응해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깊은 내면에서 힘이 자라나도록 북돋아줄 '누군가'가 있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삼성전자는 식상한 주식이야"라고 말하면 정말로 식상한 주식이 되고 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대표주"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정말로 그런 주식이 된다. 애널리스트들의 호의적인 콜(부름)이 연쇄적으로 잇따르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수급이 집중되면서 주가는 박스를 깨고 비상한다.

증시에서는 이를 '시세가 난다'고 표현한다. 꽃의 만개(滿開)다.

마침내 소외주는 주도주가 된다. 누군가 그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의미 없는 몸짓이 눈짓이 되는 것처럼, 소외주는 미인주로 재탄생한다.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6.83포인트(0.71%) 오른 2374.70에 마감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페이스북 등 기술주가 이틀째 급락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승 마감했다. 기관이 165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는 하루 만에 2370선 회복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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