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웬일인지, 이 영화는 극 전개 1시간까지 차진 맛과 멋을 안겨주기 무섭게, 이내 맥이 빠진다. 동물해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이라는 동물애호단체가 1시간 뒤쯤 나타나면서 영화는 이상한 계몽극으로 접어들기 때문.
이 때문에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미세한 디테일을 놓지 않았던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 좀처럼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드라마 촬영에서 돼지 도축 현장을 보고 한때 채식주의자가 되었던 가수 김창완의 모습처럼 식용 동물에 대한 경계심이 선뜻 앞선다.
바깥세상이 단절된 채 오로지 자연과 함께한 10년의 세월에서 이들은 ‘아’하면 ‘어’하고 받아칠 정도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 “나 매운탕 먹고 싶어” 미자가 요구하면, 옥자는 높은 산에서 강물로 떨어져 고기를 튕겨낸다. 슈퍼돼지의 영특함은 AI 피조물 저리가라다. 미자가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기에서 옥자가 보여준 기지와 희생정신은 어떤 인간의 행위보다 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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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 달러(약 564억원)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지향한 지점은 불편함보다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였는지 모르겠다. 주제 의식이나 경각심 전달에는 성공했을 수 있지만, 봉 감독 특유의 영화적 재미는 사라진 듯하다.
봉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이 영화에 넷플릭스는 어떤 간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날 선 시선이나 극적 전개가 일품이었던 그의 전작을 고려하면 생경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무난한 남녀노소용 영화가 제작된 셈이다.
넷플릭스는 오는 29일 서울을 비롯한 6개 권역 7개 극장에서 ‘옥자’를 동시 개봉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멀티플렉스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CGV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온라인과 극장 동시 상영은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