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한국의 힘'…"韓 경제 선도기업에 베팅하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6.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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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Market]한준일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한준일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사진제공=한국투신 한준일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사진제공=한국투신


2006년 주식시장에 입문한 한준일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40·사진)는 요즘 "이런 시장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2006년~2007년 산업재 슈퍼사이클을 겪고, 2010년의 차화정 장세 등 한국 증시의 역대 강세장을 경험했지만 실적의 질이 달라지고, PER(주가수익비율)를 상향시킬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익과 멀티플(PER)이 동시에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가 2~3년 내 3000까지 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올해 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어 2017년 예상실적 대비 PER는 9배 밖에 되지 않는다. 조만간 2500은 충분히 돌파할 것이며 3000도 도전해볼 수 있다. "



대부분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한국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한 매니저는 철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로 주목받는다. 그는 "철학은 세상과 인생,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사물의 이면에 감춰진 것들을 고민하는 힘을 길러줬기 때문에 역발상 투자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의 역발상 투자 전략은 2006년 설정된 한국투신의 대표펀드인 '한국의 힘'을 부진의 늪에서 끌어올렸다. 한국의 힘 펀드는 '대형 수출주'의 덫에 걸려 2011년 이후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하다 그가 펀드를 맡은 2015년부터 환골탈태했다.



"과거에는 대형 수출주가 한국경제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수출주에 집중 투자했는데 그게 펀드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수출주만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나가긴 어렵다는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신성장 산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제약·바이오나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했다. "

성장이 안정적이고 이익의 가시성이 높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굴했다. 그 결과 KG제로인에 따르면 12일 기준 한국투자 한국의힘 펀드는 연초대비 19.44%를 기록, 상반기 수익률 20%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전략은 '성장주의 역발상 투자'다. 역발상 투자라고 하면 보통 '담배꽁초 투자'로 불리는 가치주 전략을 떠올리지만 그는 성장주에 가치주 투자 개념을 도입했다.


"올 초에 다들 IT주만 주목할 때 제약·바이오 업종에 관심을 뒀다. 역발상이라는 것이 꼭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저평가 가치주 발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주의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밸류에이션이 적정하게 내려왔다면 충분히 매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

지금 시점에서는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올해는 다소 부진한 POSCO와 롯데케미칼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로 이들 기업의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없다는 시장 편견이 형성됐는데 POSCO나 롯데케미칼은 시장 선도적인 지위와 막강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미리 투자를 단행해 이제는 체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업황이 좋아졌을 때 시장을 장악하는 선도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라며 "지금 시장은 이들 기업의 자체적 힘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코스피 지수가 2350선을 중심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요즘, 증권가에서는 수출주와 내수주, 대형주와 중소형주 논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한 매니저는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이익이 상향되고 있고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확장되는 국면이라 시가총액이나 업종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업종별 최선호주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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