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불 붙는 부동산 시장 vs 냉랭한 건설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6.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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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열풍·갭 투자·아파트 값 고공 행진… 부동산 활황에도 코스피도 못 따라간 건설주

[내일의전략]불 붙는 부동산 시장 vs 냉랭한 건설주


#"매물이 없어요.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있는 매물도 전화해보시면 집주인이 안 판다고 거둬들인 것이 태반이에요. 이제 새 정부 들어 집값 오른다고 하니까 더 오를 것 같아서 안 판다는 거죠. "(서울동작구 H부동산 중개업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4주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주식 카페에조차 "대출받아 아파트 갭 투자해볼까 하는데 어떨까요" 문의글이 올라올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건설주 주가는 냉랭했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23.82포인트(1.00%) 내린 2357.87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200 건설업종 지수는 전일대비 0.46포인트 하락한 289.36에 마감했는데 1년 상승률이 5.4%로 코스피 200 지수의 1년 수익률(23.0%)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새 정부 출범 전후 눈치보기가 극심하던 국내 부동산 시장은 '오른다'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분양시장에서는 청약이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되며 열기가 뜨겁고 재고주택 시장에서는 매물이 급감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초강세다. 규제로 잠시 주춤했던 '묻지마 갭 투자'(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전세 끼고 소액으로 매매하는 것)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등 투자자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활황과 별개로 주식시장에서 건설주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주택건설업체의 이익이 개선될 거란 일반적 기대와 달리, 주택 가격 자체보다는 신규 분양 증가가 실적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건설사 실적은 주택 공급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 국내 주택시장은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에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주택가격과 건설사의 실적 및 주가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분양, 즉 공급과 상관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 말하는 '집값이 올라 집을 못 사면 건설주를 사라'는 조언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조언이다.

물론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2015년~2016년 공급한 주택의 입주가 원활하게 진행돼 입주시 주택마진 상승으로 건설사의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 올라서 부동산이 활황이면 정부 규제가 등장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우려는 이미 건설주의 투심 약화에 기여하고 있다. 새 정부의 주택정책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부양보다는 시장 조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돼서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집값 상승 등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 현상을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밝혀, 규제에 대한 암시를 남겼다. 만일 규제가 도입돼 2017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경우 2015~2016년 집중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에 차질이 생겨 건설사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초에 해외수주 기대감이 높아지며 삼성엔지니어링 (24,750원 ▼950 -3.70%), 현대건설 (33,250원 ▲850 +2.62%), GS건설 (14,410원 ▲140 +0.98%) 등이 주목받았지만 기대만큼 수주가 나오지 않은 것도 건설주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팀장은 "연초 해외수주 기대감이 높았지만 실제로는 수주가 거의 안 나왔다"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 도시재생사업이 중소규모 존치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중소형 건설사가 정책 수혜를 볼 전망이다. 수익구조 문제로 대형 건설사가 뛰어들 수 없는 도시재생투자, 공적임대주택 확보 사업에 중소형건설사가 뛰어들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광수 팀장은 "기분양한 물량 덕분에 중소형 건설사들이 2019년까지 이익 증가가 지속되고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며 "이익 증가와 변화 측면에서 동부건설 (4,900원 ▼60 -1.21%), 서희건설 (1,394원 ▲14 +1.01%), 태영건설 (2,310원 ▲10 +0.43%), 계룡건설 (12,770원 ▼150 -1.16%) 등 중형 건설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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