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너무 올랐다"…고개드는 공매도 세력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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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83>늘어나는 공매도…'여름 증시 급락'(summer swoon)의 징조?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테슬라(Tesla)의 주가 하락을 바라는 공매도 세력들(short sellers)은 앞으로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전기차 테슬라의 주가가 올들어 급등세를 이어가자 공매도 세력들이 테슬라 주식을 타깃으로 삼고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거래이다. 공매도를 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매입해서 빌린 주식을 상환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주가가 많이 하락할수록 이익이 커진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에 매입해야 하므로 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주식을 빌릴 때 이자도 내야 하므로(주식 빌리는 게 공짜가 아니다!) 손실은 더 커진다.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8일까지 73%나 올랐다. 테슬라는 이러한 급등세에 힘입어 미국 자동차업계 2위인 포드(Ford)와 1위 GM을 차례로 추월하며 업계 내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에 공매도 세력들은 '과매수'(overbought)와 '버블'(bubble)을 외치며 대거 테슬라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재무분석기관 S3 파트너스(S3 Partners)는 테슬라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1위 주식이라고 발표했다. 테슬라 공매도 규모는 약 104억 달러로 테슬라 시가총액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분량이다.

그러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주가 하락을 바라는 공매도 세력들을 향해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조롱 섞인 경고를 날렸다.


그런데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공매도 세력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초 테슬라의 1분기 차량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7% 넘게 급등하며 포드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자 머스크는 테슬라 공매도 세력들에게 '폭풍 날씨'(stormy weather)를 조심하라고 비웃는 트윗을 날렸다.

머스크의 경고처럼 테슬라 주가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들은 올들어 8일까지 약 51억 달러(5조7000억원)어치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미국 재무정보 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investopedia)는 분석했다.

반면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 급등으로 올해에만 8일까지 재산이 55억 달러(약 6조원) 불어났다고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Bloomberg Billionaire Index)는 밝혔다.

이처럼 테슬라 공매도 세력들은 올해들어 지난 8일까지 연전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9일 상황이 역전됐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공매도 세력들에게 조롱 섞인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그 다음날 테슬라 주가는 3.4% 하락 마감했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1%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급락으로 돌아섰다.

이로써 그동안 연전연패하던 테슬라 공매도 세력들은 간만에 웃을 수 있었다.

이날 테슬라 주가 급락을 초래할만한 어떠한 악재나 뉴스도 없었다. 그저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게 하락 이유의 전부였다.

사실 올들어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지적을 받는 주식은 테슬라뿐만 아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Nasdaq)지수는 8일까지 17.4% 올랐다.

특히 '빅5'(Big 5)라 불리는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의 주가 상승률은 눈부실 정도다.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은 모두 8일까지 3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알파벳은 25%, 마이크로소프트는 15% 넘게 올랐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그래픽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NVIDIA)의 주가는 무려 46%나 올랐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Alibaba)도 60% 넘게 급등했다. 이들 모두 올해 '주가가 너무 오른' 주식들이다.

그래서일까 9일 뉴욕증시에 나스닥지수는 1.8% 급락 마감했다. 빅5 주식 중 네 종목이 모두 3% 넘게 하락했고 애플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6%넘게 폭락했다.

이들 기술주들이 9일 급락한 이유는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거외에는 달리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나스닥지수는 이번주 1.6% 하락하며 주간 기준으로 올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그래서 일각에선 9일 나스닥지수의 급락을 올 '여름 증시 하락'(summer swoon)의 징조로 거론하고 있다.

6일 뉴욕타임즈(NYT)는 나스닥 '빅5'에 대해 '밸류에이션 염려'(valuation anxiety)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8일 기술주 섹터가 역대 최대로 과보유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현재 기술주 섹터의 과보유 상태는 90년대말 닷컴 버블(dotcom bubble) 때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적했다.

그리고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9일 분석 리포트를 내고 '빅5'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밸류에이션 에어포킷'(valuation air pocket)을 만들었다고 경고했다.

에어포킷이란 공기가 빠진 계곡과 같은 공간으로 비행기가 에어포킷에 들어가면 갑자기 수직으로 급강하게 된다. 즉 골드만삭스는 기술주들이 주가가 너무 올라 급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어 주가가 계속 오르자 투자자들의 눈이 멀어져 버렸다고 우려를 표했다.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 놓았다는 얘기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주가 하락을 노리는 공매도 세력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나타난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잔량은 5월 중순 때보다 약 1억5400만주 이상이 늘었다.

공매도 세력은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눈이 멀고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 놓을 때 하이에나처럼 달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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