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목에 140억 투자…세무사 슈퍼개미의 '삼박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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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재야고수 시리즈 인터뷰(3)]이정윤 세무사

이정윤 세무사 이정윤 세무사


자신을 전형적인 '흙수저'라고 지칭하는 이정윤 세무사(47·사진)는 올 초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림 재야고수'였다. 지난 2월2일 샘표식품 (28,250원 ▲350 +1.25%) 5% 지분 공시를 통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실명을 거론하긴 어렵지만 1000억원 이상 자산을 축적한 숨은 고수가 더 많다"며 말을 꺼냈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에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 세무사는 정주영, 이병철 등 성공한 사업가나 워런 버핏 같은 투자 대가의 저서를 읽으며 부자의 꿈을 꿨다. 그러다 서른이 다 된 1998년 겨울, 작은 투자자문사에 들어가 주식에 처음 입문했다.



결혼반지를 살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때마침 아내는 임신 중이었기에 100만원, 200만원 등 소액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지 IT 기술주 강세장이 오면서 돈을 빨리 모을 수 있었다. 500만원이 1000만원이 되는 데 1주일도 걸리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미친 듯이 오를 때도 이 버블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가 또 터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했기 때문에 IT 버블이 마침내 터졌을 때도 번 것을 다 날리지 않았죠. "



2002년 수중에는 40억원 정도의 돈이 있었다. 해외여행 한 번 해본 적 없었기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건너가 2년 정도 살다 다시 입국한 뒤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 세무법인을 개업했다. 세무법인을 약 7년간 운영하면서 기업 재무제표를 더 잘 보게 됐고 내친 김에 펀드매니저 자격증(일반운용전문인력)도 취득했다. 그가 최근 저술한 '삼박자 투자법'에서 소개한 주식투자 비법은 이렇게 완성됐다.

이 세무사가 주식을 처음 배웠던 20년 전에는 주식 고수로 불리는 사람의 대부분이 차티스트(기술적 분석에 의거해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였다. 하지만 그가 주식에 투자해보니 주가가 반드시 차트를 따라 움직이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재료와 실적이었다. 특히 돈을 많이 버는 외국인을 보니 실적 전망에 의거해 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주식으로 성공한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가치투자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차트와 재료, 실적이 중요하다면 3가지를 다 보면 됩니다."


이 세무사가 말하는 삼박자(차트, 재료, 실적)가 모두 반영된 결과는 바로 수급이다. 오늘 이 주식을 사고자 한 사람은 왜 샀는지, 그리고 왜 팔았는지를 분석하는 데서 주식투자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6년 당시 그는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을 매수하고 이 종목이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것을 보고 수급 분석에 돌입했다. 장하성 펀드가 어떤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어떤 주식을 샀는지를 분석, 잠재적인 2호, 3호 종목을 선정해 선취매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2호인 화성산업 발굴에 성공했고 대박을 낼 수 있었다.

강연에 나갈 때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이 세무사는 "주식투자를 왜 하는지 동기가 중요하다"며 "특히 개인은 매수종목을 직접 선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의 80%는 자기가 매수종목을 직접 선정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누가 좋다고 해서 그냥 매수하면 직접 투자자가 아닌 '간접 투자자'인 겁니다. 투자에서 경험을 쌓고 지식을 쌓으면서 스스로 종목을 선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1년 만에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시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며 "돈을 꼭 벌어야겠다는 목표의식에서 출발해 매일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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