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된 21년차 펀드매니저..."주가 3000 곧 간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2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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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사진=이기범 기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사진=이기범 기자


"한국증시에서 의결권의 가치가 높아지고 배당도 늘어날 겁니다. 우리가 주식에 왜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이것만으로도 시장이 한 단계 상향될 수 있는데 30%만 오르면 코스피 3000은 금방 갑니다. "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은 2300선을 넘어 2400선을 향해 전진하는 코스피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새 정부 들어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조류가 되며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는 게 근거다. "지금까지 소액주주의 지분은 의결권 측면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당 가치의 동질화를 꾀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엄청난 변화를 의미합니다."

코스피가 닷새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 26일 허남권 펀드매니저(55·사진)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임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6년 설립돼 두 차례 금융위기의 한파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스물두 살이 된 신영자산운용의 CIO(최고투자책임자)이자 CEO(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다.



상위 0.1%만 살아남는다는 펀드매니저들의 세계에서 허남권 사장은 50대에 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았다.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들을 매장시킨 장기 박스권 장세에서 전무후무한 실력으로 2013년 이후 신영자산운용을 초고속 성장시켰다.

시장에 대한 쿨(Cool)한 시각으로 정평이 난 허 사장은 지난해 8월 이미 "코스피 2000은 고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지수가 조만간 이 박스를 현저하게 벗어나 비상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 소수 의견에 불과하던 그의 견해는 이제 대세가 됐지만 그는 "우연히 전망이 맞은 것뿐"이라며 "확신이라기보단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가에서 사장에 취임한 허 사장이 느끼는 중압감은 적잖다. 지수가 오른 만큼 자산운용사도 호황을 맞이해야 하는데 대규모 환매로 공모 주식형펀드 잔액이 급감해서다.


"지수는 사상 최고점이지만 공모 펀드 잔액은 10년새 최저 수준입니다. 주식형펀드는 주가가 쌀 때 들어가서 비쌀 때 나와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투자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비쌀 때 들어가 쌀 때 환매하면 자산운용사의 책임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투자자에게 지속가능한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신영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는 최근 몇 년 새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펀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단일 판매사에서만 팔려나간 신영자산의 펀드가 1조원 넘었다. PB(프라이빗뱅커)들은 "지금까지 추천한 그 어떤 펀드보다 고객 불만이 없다"며 "고객도, 판매사도, 운용사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CIO에서 CEO를 겸하게 된 허 사장은 고객신뢰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우리의 경영방침과 투자철학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며 "우리 회사는 변화가 없는 것이 차별점이고 우리 회사가 갑자기 변화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도리어 투자자들이 우려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조만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기존 마라톤 펀드와 고배당주 펀드를 '성과보수 공모펀드' 유형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수익이 나지 않을 때는 낮은 수수료를 받고 수익이 나면 성과보수를 받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를 통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혼합형 펀드(주식과 채권에 동시 투자하는 상품) 라인업을 늘려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꾸준히 버는 데 무게를 두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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