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매달 100만원 저축하면 10억 모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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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82>매달 저축해서 10억원 모으는데 걸리는 기간 시나리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매달 저축해서 언제쯤 10억원을 모을 수 있을까?

은퇴설계사가 고객과 상담할 때 늘 강조하는 말은 “일찍 은퇴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재무학 교수가 투자원론을 강의할 때 빠뜨리지 않는 것은 ‘복리 효과’이다.

이들 모두 시간이 갈수록 투자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므로 저축과 투자는 이른 나이에 할수록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엔 또 다른 중요한 변수들이 있다. 바로 금리 수준과 매달 저축액 규모이다. 그리고 현재 보유재산 규모도 영향을 미친다.

즉 저축과 투자는 현재 나이, 보유재산, 월 투자액, 금리 등 네 가지 변수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현재 나이 30세, 보유재산이 1000만원, 매달 100만원씩 저축한다고 가정할 경우 언제쯤 10억원을 모을 수 있을까? 이 경우엔 금리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먼저 매달 은행 정기예금에 저축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1.25%수준이다. 만약 금리가 1%대이면 매달 100만원씩 저축한다고 해도 10억원을 모으기까지 약 60년이 걸린다. 이때 나이는 90세가 된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81세 정도임을 감안하면 제 아무리 복리 효과가 크다고 해도 1%대 금리로는 죽기 전에 10억원을 모으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 다음으로 이보다 수익률이 조금 높은 주식시장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코스피지수 10년 상승률은 3.5%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만약 주식시장이 연 4% 상승한다고 가정하고 매달 100만원씩 코스피에 투자할 경우 10억원을 모으는데는 36년이 걸린다. 이때 나이는 66세에 이른다.

우리나라 퇴직 연령을 60세라고 가정하면 이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10억원을 모으는게 불가능해진다. 60세 이후에 재취업이 쉽지 않을뿐더러 최소 6년 이상 매달 100만원씩 저축을 할 만큼 꾸준한 수입을 얻기도 힘들다.

코스닥지수 10년 상승률은 은행 예금 금리에도 훨씬 못 미치는 0.4%에 불과하므로 코스닥 투자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말자. (관련기사: 코스닥 10년 0.4%…그래도 코스닥에 '올인'하는 개미들)

이제 투자전문가에게 은퇴자금을 맡기는 경우를 살펴보자. 국민연금 10년 수익률은 5.5%로 내가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또한 국민연금은 연도별로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둔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민연금이 매년 5.5%씩 꾸준히 수익률을 달성한다고 가정하고 매달 100만원씩 국민연금에 불입할 경우 10억원을 모으기까지 30년이 걸린다. 이때 나이는 60세가 된다.

만약 60세 이전에 퇴직을 한다면 이 경우에도 10억원을 모으기는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실제 평균 퇴직연령이 55세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금은 글로벌 투자의 시대이므로 이번엔 투자의 눈을 해외로 돌려보자. 미국 뉴욕증시에서 S&P 500지수의 53년 수익률은 연 9.7%에 달한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보다 3배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그럼 뉴욕증시가 연 평균 10% 상승하고 매달 100만원씩 S&P 500에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10억원을 모으는데는 22년이 걸린다. 높은 수익률 덕분에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보다 대략 14년이나 빨리 10억원을 모을 수 있게 된다. 이때 나이는 55세가 된다.

그리고 기왕이면 지난 53년간 S&P 500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에 투자해보자. 이 시대 최고의 주식투자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바로 버크셔의 회장이다. 버크셔의 53년 수익률은 연 20.8%로 S&P 500지수보다 2배나 높다. (관련기사: 86세 버핏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기는 '머니 유언')

버크셔 주식이 연 평균 21% 상승하고 매달 100만원씩 버크셔 주식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10억원을 모으기까지 13년이 걸린다. 이때 나이는 43세가 된다.

미국 뉴욕증시에 투자할 경우엔 그나마 실제 퇴직연령 이전에 목표 금액인 10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은행에 예금을 하든지 아니면 한국증시에 투자할 경우엔 죽기 전이나 아니면 실제 퇴직 전에 10억원을 모으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매달 저축금액이 100만원보다 적다면, 그리고 보유재산이 1000만원에 미달한다면 10억원을 모으는데 걸리는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또한 30세가 아니라 이보다 더 늦은 나이에 은퇴 준비를 시작하면 10억원을 모으기란 더더욱 묘연해진다.

물론 30세 이전부터 저축을 시작하거나 매달 100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저축할 경우엔 더 빨리 10억원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30세 이전에 매달 100만원 이상씩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죽기 전에, 퇴직하기 전에 10억원을 모을 수 있으려면 예금금리가 현재보다 최소 8배 이상 올라가거나 아니면 한국 주식시장 수익률이 최소 3배 이상 높아져야만 한다. 아무리 복리 효과를 외쳐도 지금과 같은 저금리 하에서는 저축을 해서 10억원을 모으기란 그림의 떡이다.

소득이 올라서 매달 좀 더 많은 금액을 저축하게 되면 좀 더 빨리 10억원을 모을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30세, 매달 100만원 저축하면 10억 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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