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전두환-노태우와 달랐던 박근혜-최순실 재판(종합)

뉴스1 제공 2017.05.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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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朴·崔에 비해 全·盧 악수에 대화까지
피고인석 위치 변경에 변호인 즉석 조력 결과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 최순실 씨와 함께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 최순실 씨와 함께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40년 지기' 최순실씨(61)와 나란히 섰다.



남색 정장에 '간이'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은 분홍 재킷을 입은 최씨를 쳐다보지 않았다. 최씨 또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감히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박 전 대통령을 이 자리에 서게 했다는 죄의식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두 사람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태블릿PC 보도날인 지난해 10월24일 늦은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수차례 통화했다. 이것이 그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로 보인다.



먼저 입장한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뒤 곧이어 최씨가 입장했지만 둘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왼쪽에 앉은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입장해 피고인석에 다다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씨가 자리에 앉기 전 박 전 대통령과 마주쳐 심리적 불안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공판에서 "박 대통령을 공판에 나오게 한 내가 죄인"이라고 자책했다. 두 사람은 재판부의 왼쪽 피고인석에 이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공판에 임했다.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날 선 공방이 공판 내내 이어졌지만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의 형사공판은 3시간만인 오후 1시1분에 끝났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12·12, 5·18과 관련해 법정에 서 있는 모습 © News1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12·12, 5·18과 관련해 법정에 서 있는 모습 © News1
21년 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417호, 이 법정에 나란히 섰다.

육사 11기로 동기인 그들은 반란과 상관살해미수,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1996년 3월11일 첫 공판이 열렸던 이 법정에서 만났다. 박 전 대통령·최씨와 다르게 두 사람 모두 푸른 수의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은 '당당'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자신보다 먼저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을 보자 악수를 청하며 법정에서 친근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판 중에 대화도 스스럼없이 나눴다. 당시 이들을 신문하던 부장검사가 두 사람의 대화를 제지할 정도였다.

당시 417호 법정의 피고인석은 지금과 달리 재판부와 마주 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변호인도 없어 둘은 말 그대로 '나란히' 앉아 공판을 지켜볼 수 있었다.

법정 내 소란도 있었다. 오전 공판이 끝나고 고(故) 강경대 군의 아버지가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지르자 전 전 대통령의 세 아들과 측근들이 그를 밀친 것이었다. 강씨는 오후 공판이 시작되기 전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 와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김영일 부장판사는 공판을 마무리하면서 이 소란을 언급하고는 "법정 소란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테니 유의해달라"고 주의를 줬다.

두 전직 대통령의 첫 공판은 공판 시작 5시간30분 만인 오후 6시15분쯤 끝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재판부의 왼쪽에 있는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재판부의 왼쪽에 있는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국제적 관심을 부른 두 공판이 이렇게 다르게 흘러갔던 물리적 요인 중 하나는 무엇보다 피고인석의 위치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종전 '공판정 좌석에 관한 규칙'에는 피고인석이 재판부와 마주보도록 돼 있었지만, 2007년 6월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변경됐다. 이는 2008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형사소송법 제275조3항에는 '검사의 좌석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좌석은 대등하며, 법대의 좌우측에 마주보고 위치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피고인 신문을 할 때 피고인은 종전 피고인석이었던 중앙 좌석에 위치하도록 했다.

법원 관계자는 "규칙에 있던 좌석에 대한 규정이 형사소송법에 들어가면서 피고인들은 변호인과 함께 자리하게 됐다"며 "인권 신장 등을 반영해 피고인을 검사와 대등하다는 취지에서 이렇게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사복과 수의의 차이도 비슷한 결과다. '미결수용자 사복 착용에 관한 규칙'(법무부 훈령)에는 미결수용자가 재판출석이나 검찰조사, 국정조사 등으로 구치소 밖으로 외출하는 경우 수의와 개인 옷 가운데 선택해서 입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두 전직 대통령은 이 규칙이 시행되기 전 공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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