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서 웃음으로, 8년 회한 털어낸 盧 추도식 파장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7.05.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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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文 대통령 당선, 노건호 외모·인사말 변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7년 내내 비장하고 숙연했다면 8번째인 올해는 편안한 추도식이었다. 추도식치곤 파격적인 장면도 나왔다. '상주'가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신체비밀'에 대한 유머를 던졌다. 지켜보는 이들도 당황하지 않고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의 모습이 정치권에 적잖은 의미를 던지고 있다. 잠시 눈물도 있었지만 웃음이 번진 추도식이 갈등보다는 화합, 대립보다는 협치의 정치를 가능케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종합하면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둘러싼 상황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무관치 않았다. 서거 자체가 노 전 대통령 지지층에는 '분노'를 바탕으로 대단한 결집력을 보이는 출발이 됐다. 상대 정파에 대한 원망과 배타적 자세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야당인 시절, 추도식에는 '여당'과 여당 정치인을 향한 날선 언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정권교체, 무엇보다 '노무현의 친구이자 동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국민적 열기로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국민의 힘이 이런 대전환의 바탕이 됐다. 문 대통령과 2위의 표 차이는 역대 최대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비로소 정치적 명예회복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컸다.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회한에 잠기기보다 '상식과 원칙'이 '특권과 반칙'을 이기는 세상을 그가 꿈꿨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공식 추도사에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기쁨으로 웃으려고 한다"며 "여사님과 유족 여러분도 이제 슬픔을 거두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추도식을 계기로 여야가 함께 열린 정치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노'로 표현되는 민주당과 문 대통령 측부터 통합과 포용의 자세가 필요한데 일단 문 대통령이 그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야당 당사를 방문했고 청와대 초청 오찬에 먼저 나와서 원내대표들을 기다렸다.

원내 5개 정당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당대표(원내대표)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당도 공식 논평에서 노무현정신을 높이 샀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우리 정치권도 더 많이 국민과 소통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뜻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경 광운대 겸임교수는 "문 대통령은 전국서 가장 고른 지지를 받은 대통령인데다 야당을 존중하는 면으로 협치 가능성을 열었다"며 "지금처럼만 한다면 야당도 탈바꿈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눈에 야당의 행보가 건강한 견제가 아니라 '발목잡기'로 보면 여론이 야당을 외면할 거란 얘기다.

4대강 정책감사 등 과거 정부를 겨냥한 듯한 태도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 취임초 비교적 잘 하고 있지만 4대강 같은 사안으로 스텝이 꼬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뭐가 뭐를 끊겠나" 했던 건호씨, 유쾌한 변신= 이날 추도식의 변화를 상징한 건 노건호씨의 변신이다. 그는 과거 추도식에서 상대당에 날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5년 추도식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참석하자 유족 인사말을 통해 "(노 대통령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고 비꼬았다.

또 "혹시 내년(2016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하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당시 김 대표 바로 옆에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앉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김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건호씨는 이날 "아버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날에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하실 것 같다"며 그리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유족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의 외모도 달라졌다.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탈모 때문이라며 위트를 선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던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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