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추도객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7.5.22/뉴스1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대통령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8주기에 참석하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이날 추도식 인사말에서도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청중들에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이후 빼앗겼던 정권을 되찾아온 문 대통령의 '금의환향'에, 엄숙한 가운데에서도 고무적인 분위기의 추도식이 이어졌다.
관직에 뜻이 없던 문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이 "당신들이 나를 대통령 만들었으니 책임지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특히 두 사람의 사이는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11월2일 부산국민참여운동본부 발대식 연설에서 한 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적지만 제가 아주 존경하는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 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8년만에 자신도 대통령이 돼 '친구'의 추도식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벅찬 감정을 설명했다. "야, 기분 좋다"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때 어린아이 처럼 웃으며 했던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아버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날에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하실 것 같다"고 회한과 축하를 동시에 언급하자, 그의 손을 꼭 붙잡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향후 4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참석이 이날 이뤄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친노'의 수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돼 참여정부의 업적을 뛰어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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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며 2023년 13주기 추도식 참석을 기약했다. 노 전 대통령이 준 자신의 '운명'을 끝낸 다음에 다시 찾을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