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죠" 영상속 盧 등장에 눈물바다(종합)

머니투데이 우경희, 최경민, 김해(경남)=이건희 기자 2017.05.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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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文 "꼭 성공해 다시온다" 박수·함성…건호씨 사부곡에 권 여사 오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추모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23/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추모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23/뉴스1


8주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엔 역대 어느때보다 많은 1만5000명의 추모객이 몰렸다.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행사는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대한 기쁨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그리는 숙연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추모식 중간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이 상영되자 추모객들이 곳곳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은 퇴임 직전 진행한 언론과의 인터뷰,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당시 수락연설 등으로 구성됐다. 영상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직을 떠나는 것인데… 한편 보면 시민의 지위로, 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난 5년이 아주 긴 세월이기도 하고 아주 짧은 세월이기도 한데 이걸 벗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영상 말미에는 노 전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연설 중 하나인 대선후보 수락연설이 육성으로 흘러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영상에서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역사를 물려줍시다!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믿음을 물려줍시다!"라고 외쳤다. 추모객들은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모시 낭독에 이어 전남 함평에서 공수한 나비를 날려보내는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행사 순서를 소개하는 박혜진 아나운서도 감정에 복받쳐 목소리가 잠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추도객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7.5.22/뉴스1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추도객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7.5.22/뉴스1
뜨거운 환호와 함께 문 대통령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노 전 대통령을)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추모객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인삿말에 총 14차례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의 상징이 됐고,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나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해 성공의 길로 나아가겠다"며 "우리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고 강조했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재차 쏟아져나왔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못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히 개혁하겠다"고 말하자 다시 박수가 나왔다. 이어 문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 그때 환한 웃음으로 반겨달라"고 말하자 가장 큰 함성과 박수가 나왔다.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묘역으로 향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해찬(오른쪽부터)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 권양숙 여사, 노건호씨. 2017.05.23.   amin2@newsis.com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묘역으로 향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해찬(오른쪽부터)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 권양숙 여사, 노건호씨. 2017.05.23.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의 인삿말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무대에 올랐다. 민머리로 나타난 그는 "정치적 의사표시, 사회의 불만 표출, 종교적 의도가 모두 아니며 좀 심하게 탈모가 일어난 것"이라며 "건강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마시고, 전국의 탈모인들께 심심한 위로와 동병상련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유머감각을 쏙 빼닮은 아들의 말에 추모객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버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의 표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버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날에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하실 것 같다"며 "아버님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다. 모든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어머니 권양숙 여사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문 대통령은 한 숨을 쉬며 하늘을 쳐다봤다. 좌석으로 돌아온 '친구 노무현의 아들' 건호씨의 손을 문 대통령은 꼭 잡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이어졌다. 권 여사가 흐느끼며 팔을 박자에 맞춰 흔들지 못하자 손을 맞잡은 문 대통령도 팔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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