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피, 지배구조 개편發 대장세 온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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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지배구조 관련주 줄줄이 신고가...장중 역대 최고가 경신 2326.57

23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23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과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김&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효과'가 실적 장세에 기름을 부으며 코스피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7.71포인트(0.33%) 오른 2311.74에 마감했다. 장중 2326.57의 사상 최고가를 깨뜨리며 장중·장 마감 기준 신고가를 모두 경신했다. 연기금이 3397억원 순매수로 코스피 최고가 돌파를 견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지주사 종목과 순환출자 해소 기대감이 높은 종목이 대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 (249,500원 ▲4,500 +1.84%)를 비롯해 SK (160,700원 ▼1,400 -0.86%) 한화 (26,650원 ▼50 -0.19%) LG (79,200원 ▲200 +0.25%) 등 10대그룹 지주사(또는 지주사격 회사)들이 일제히 비상했다.

◇지주사, 코스피 신고가 랠리의 주역으로 부상=문재인 정부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며 재벌개혁에 대한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두 내정자는 △대주주의 전횡 비판 △지배구조 투명성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상법개정안 개정을 역설해왔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재계가 법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선행할 것"이라며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수혜주인 지주회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23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한국 증시에서 지주사 주식은 장기간 저평가됐다. 지주사 주식은 유동성이 부족하고 자회사 대비 시가총액이 작아 실제 사업을 펴는 자회사보다 저평가인 경우가 많았다. 자체 사업이 없다는 이유로 PER(주가수익비율)가 10배를 하회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를 밑도는 기업도 많았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정권이 바뀌며 지배구조 개편 모멘텀이 생긴데다 자회사 실적 호조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저평가된 지주사 주식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흐름이 계속될 것"고 진단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주사 전환 추진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시까지 냈지만 주가 상승을 이어갔다. 회사 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적어도 현 정권 임기인 5년 이내에 순환출자 해소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저PBR株 재평가 장세 도래하나=장 교수의 청와대 정책실장 선임 소식에 지난 2006년 '장하성 펀드'가 투자했던 1·2호 기업인 대한화섬과 화성산업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대형주 일변도의 강세장에서 굴뚝주가 급등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거 장하성 펀드가 투자했던 대한화섬과 화성산업, 태광산업 같은 기업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토지와 건물 등 자산가치가 시가총액을 웃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밖에 장하성 펀드는 크라운제과 동원개발 대한제당 신도리코 벽산건설 하이트맥주 등에도 투자했다.

이 부사장은 "주가가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배당을 주지 않거나 현금이 너무 많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것처럼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런 부분이 시장 참여자의 압박으로 개선되면 주가도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화섬의 PBR은 0.39배로 장부가를 60% 이상 하회한다. 화성산업과 태광산업도 여전히 0.5~0.6배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주식의 재평가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시작된 코스피의 상승 랠리를 한층 강화시킬 전망이다. 시장의 온기가 대형주에서 중소형주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저PBR 주식의 범위를 대형주로 넓히면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주가가 오른 금융주 중에서도 저PBR주가 여전히 많았다.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의 PBR은 0.7배 수준이고 연초 주가 상승에도 불구,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은행주의 PBR도 0.5배 전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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