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쓰고 ‘진화’로 읽는 ‘이문세 열혈 청춘극’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5.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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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3일 ‘2017 씨어터 이문세’ 공연…무대 제작비 10억여 원 쏟은 전세대 오감 무대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7 씨어터 이문세' 공연에서 이문세가 밴드 구성에 혼섹션 7인을 앞세운 세련된 연주자들과 함께 섬세하고 색깔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br>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7 씨어터 이문세' 공연에서 이문세가 밴드 구성에 혼섹션 7인을 앞세운 세련된 연주자들과 함께 섬세하고 색깔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오후 8시를 알리는 분침이 ‘12’에 안착하자, 세종문화회관을 꽉 채운 역삼각형 폐쇄 무대가 분침 소리와 함께 그 위용을 드러냈다. 사뿐사뿐 재즈 스윙 리듬이 귀를 간질이는 소리의 즐거움에 서서히 빠져들기 무섭게, 라스베이거스의 현란한 불빛을 만나듯 형형색색 조명이 객석을 무지갯빛 동화의 나라로 안내했다.



듣고 보는 모든 것이 오감 만족으로 이어졌다. 다수의 히트곡만으로 체면치레하는 여느 무대와는 확연히 다른 아우라가 23일 ‘2017 씨어터 이문세’ 공연에는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이문세와 ‘그의 친구들’(연주자와 안무가), 무대 구성의 편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문세가 이 공연을 위해 어떤 준비와 고민을 했는지 그 시간의 고된 흔적이 여실히 읽혔다.

성처럼 높게 쌓은 거대한 무대는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였다. 이 미로 같은 무대에서 이문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종횡무진 오갔다. 상하로 열릴 땐 2, 3층 객석에 맞춘 높이에서 배려의 노래를 했고, 좌우로 열릴 땐 휘황찬란한 젊은 연주자 군단의 연주를 등에 업고 쾌속 질주했다.



무대 제작비만 10억여 원이 투입돼 스태프 사이에선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무대 한 관계자는 “최고와 완벽이라는 이름의 무대를 위해 그가 쏟아붓는 열정과 노력은 무대 전문가들도 창피하게 만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문세는 23일 무대에서 자신이 케냐에서 여행한 일화를 소개하며 밤하늘 별에 맞춰 부르고 싶은 추억의 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마른 음색으로 애절하게 불렀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br>
이문세는 23일 무대에서 자신이 케냐에서 여행한 일화를 소개하며 밤하늘 별에 맞춰 부르고 싶은 추억의 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마른 음색으로 애절하게 불렀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어설프거나 덜 다듬어진 무대가 없을 정도로 공연은 철저히 ‘계산’된 듯했다. ‘빈틈 불허’가 되레 약점으로 부각 될 정도였다. 올해 59세인 이문세는 여전히 3옥타브에 가까운 고음을 춤추면서도 너끈히 소화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특히 5곡을 연달아 부르면서도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거칠고 마른 음색에서 보여주는 생생한 가창은 그리움과 애절함의 소환으로 비쳤다.

무대에서의 이문세는 젊고 역동적이었다. 템포가 있는 곡에선 직접 춤사위를 펼쳤고, 1층, 2층 무대를 쏜살같이 오르내렸다. 무엇보다 무대가 지루하게 늘어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곡에 극(劇)을 입혀 안무로 승화했고, ‘밤이 머무는 곳에’ 같은 발라드조차 스윙 리듬을 넣어 그루브(groove·리듬감)를 극대화했다.


리듬감이 도드라진 추억의 히트곡은 10~30대를 만족시키고, 밴드 구성에 혼 섹션(금·목관 악기들의 조합) 7명의 연주로 세련미를 첨가한 장면은 40대 이상을 만족시키는 그야말로 전 세대 공감 무대였다.

'젋고 역동적인' 청춘의 귀환. 이문세는 23일 열린 무대에서 안정된 가창력, 쉴새없는 춤사위, 젊은 감각의 무대 구성 등으로 전세대의 환호를 받았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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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젋고 역동적인' 청춘의 귀환. 이문세는 23일 열린 무대에서 안정된 가창력, 쉴새없는 춤사위, 젊은 감각의 무대 구성 등으로 전세대의 환호를 받았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여행지 케냐에서 밤하늘 별을 본 경험을 이입해 이문세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 피아노와 바이올린, 기타의 삼각편대 속에 나지막이 속삭인 ‘옛사랑’ 등 30년 전 느낌 그대로 재연한 곡들에선 애잔함이 울컥 솟구쳤다.

한 뼘 아닌 한걸음 커진 진화의 보폭에서 이문세는 50대 피상(皮相)에서 다시 20대 열혈의 초상으로 귀환했다. ‘추억’으로 쓰고 ‘진화’로 읽는 그의 무대는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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