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자아와 타자의 화음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5.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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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문학포럼 2017' 개막…'다매체 시대의 문학', '작가와 시장' 등 주제로 토론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왼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인 서울대 교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 고은 시인, 평론가 김우창, 평론가 최원식./사진=뉴스1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왼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인 서울대 교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 고은 시인, 평론가 김우창, 평론가 최원식./사진=뉴스1


서울국제문학포럼이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란 주제로 23일부터 3일간 열린다. 이번 포럼에서는 노벨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르 클레지오를 포함, 10개국에서 외국 작가 13명과 김애란, 장강명 등 국내 작가 50여 명이 참석한다. 이날 '우리와 타자'란 주제로 열린 기조 강연 발제자로는 알렉시예비치와 고은 시인, 김우창 문학평론가 등이 나섰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자리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취재 이야기를 생생하게 털어놨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가 "미래의 인간이 겪게 될 공포이자 미래로부터 온 전쟁"이라며 "당시 인간이 지니고 있던 지식의 범주를 벗어난 사건이다. 기술이 인간을 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은 (앞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의 삶을 보여줄 거다. 기술이 발전하면 나와 타인의 경계도 불분명해질 것"이라며 "체르노빌 때처럼 우리는 아직도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대답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고은 시인(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기조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고은 시인(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기조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고은 시인은 "'나'는 혼자 살 수 없다. 단일 생명체가 아니라 타자들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라며 "관계의 시작이 존재의 시작을 앞선다. 삶의 진행 자체는 '우리'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의 비극은 자본과 시장의 벌거숭이 (같은) 욕망 속에서 무한 경쟁으로 낱낱이 돼간다. 자아와 타자의 화음을 기대할 수 없다"며 "'나', '우리' 뿐만 아니라 타자의 정당한 존재 이유도 매몰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계 각지에서 만연한 불평등, 불공정 문제가 심각하다"며 "타자에 대한 어떤 연민도, 관심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리의) 자아는 나날이 타자화 되고 있다"고도 했다. 고은 시인은 시 '어떤 기쁨'을 낭독하면서 발언을 마무리했다.



김우창 문학평론가는 "문화가 우리에게 매력적인 것은 우리의 감각, 지능, 이성을 한없이 복잡하게 세분화하고 크게 종합하는 능력을 계속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나'와 '타자'의 갈등관계를 문화적으로 해소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25일까지 '세계화 시대의 문학', '다매체 시대의 문학', '작가와 시장'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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