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의 '서울' 예찬…"촛불과 문학과 상상의 도시"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5.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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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올 하반기 서울 배경으로 한 '하늘 아래 빛나' 출간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공동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인 르 클레지오는 올 하반기에 서울을 무대로 한 신작 소설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공동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인 르 클레지오는 올 하반기에 서울을 무대로 한 신작 소설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세계 도처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한국에서 탄핵 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세계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침묵'과 밤을 밝히는 '빛'으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e Le Clezio·77)가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해외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예찬'을 했다. 그가 바라본 서울은 '상상력과 문학적 정체성'을 간직한 채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다.



르 클레지오는 올해 하반기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하늘 아래 빛나'(Bitna under the Sky)를 출간한다. 전신마비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한 소녀가 '빛나'의 서울 이야기를 들으며 병마와 싸울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화자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의 '서울 경험'을 녹여냈다. 그는 2001년 첫 방한 이후 한국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2007년에는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활동했고 2011년에는 제주도 명예도민이 됐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인 르 클레지오는 올 하반기에 서울을 무대로 한 신작 소설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인 르 클레지오는 올 하반기에 서울을 무대로 한 신작 소설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르 클레지오가 바라본 서울은 '문학' 그 자체다. 그는 "서울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이야기와 신화가 상상을 거쳐 창조된다"며 "이게 다 문학이 갖고 있는 특징 아닌가"라며 웃었다. 평소에도 해가 지면 상자를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 허름한 점집에서 점을 보는 점쟁이, 작은 가게에서 신발을 고치는 아저씨 등 소시민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는 그다.



파리에서도 한국 문학 잡지를 받아본다는 르 클레지오는 한국 문단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좋아하는 작가로는 한강과 김애란 작가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강은 시적 매력을 바탕으로 내면의 감정이나 소통을 비롯한 삶의 어려움을 다룬다"며 "김애란은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요소를 갖고 보편적인 글을 쓰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과거 한국 문단에서 엿보인 '민족주의'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은 전쟁과 일제강점기를 거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족주의적인 발로가 있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혹시라도 (자국 문화를 향한) 외부 위협 때문에 타자 수용을 거부하고 민족주의 문학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문학은 타자를 사랑하고 타자의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의 '두 마리 용' 전설을 들은 적 있습니다. 두 마리 용이 한국을 지키고 있는데, 그 용이 깨어날 때 한국이 진정으로 존재하기 시작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언제 '용'이 깨어날지 굉장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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