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석 나란히 선 朴-崔…40년 인연 악연으로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2017.05.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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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고(故) 최태민 목사 시절부터 인연…'친자매보다 더 친한 사이' 말 나올 정도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팡네 출석하기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는 모습.40년지기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이날 법정에서 조우한다. 사진=뉴스1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팡네 출석하기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는 모습.40년지기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이날 법정에서 조우한다. 사진=뉴스1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나란히 선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씨(61)의 인연은 40여년 간 이어져왔다. "친자매보다 더 친한 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까웠던 두 사람은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인연은 최순실씨의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후 당시 영애였던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는 편지가 줄을 이었는데 이중엔 최태민씨의 편지도 있었다고 한다.



편지를 본 박 전 대통령은 1975년 3월 최태민씨를 청와대로 불러 만났고, 같은 해 5월엔 최태민씨가 총재로 있는 대한구국선교단의 명예총재가 된다. 이후 최태민씨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과거 한 잡지 인터뷰에서 대학교 1학년 때인 1976년에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순실씨는 "계속해서 지켜봤는데 참 깨끗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태민씨가 총재였던 대한구국선교단은 1976년 구국봉사단으로, 1979년엔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꾼다. 최순실씨는 1979년 새마음봉사단 산하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태로 피살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한동안 멀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최순실씨가 1986년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지내면서 두 사람 인연은 다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순실씨는 1989년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한국문화재단 부설연구원 부원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경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 전 대통령이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을 때 최순실씨 남편인 정윤회씨가 선거전략을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순실씨는 경제적으로도 박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이 1990년쯤 삼성동 사저로 이사할 때 어머니 임선이씨와 함께 주택 매매계약서를 대신 써준 뒤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순실씨는 삼성동 사저뿐 아니라 대통령 관저와 안가 인테리어 공사까지 대신 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가까웠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는 국정농단 사건을 전후로 급격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11월 있었던 대국민담화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최순실씨와 '선긋기'를 시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대리인의 입을 빌려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 사람의 잘못된 일을 알았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엄하게 단죄했을 것", "최순실에 대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나와 "충인으로 남고자 했다"며 흐느꼈던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됐단 소식을 듣고 법원에서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자 최순실씨는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자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법정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먼저 법정에 들어온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정면을 응시했다. 최씨는 피고인석으로 걸어가면서 박 전 대통령 쪽으로 잠시 눈길을 준 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최씨는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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