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부터 국악까지…새로운 '조선'을 꿈꾸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5.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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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배경으로 한 5월 공연 …궁중음악·무용 '용비어천가', 창작뮤지컬 '밀사', 연극 '불량 청년'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중)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노래'로 용비어천가 2장의 한 구절인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가 선정됐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은) 시내를 이루고 바다로 간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열망과 꿈을 그린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 '세종의 신악-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공연 사진. /사진=국립국악원국립국악원 '세종의 신악-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공연 사진. /사진=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은 세종대왕 탄신 620주년을 맞아 '세종의 신악-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5월 25~27일)을 선보인다. 용비어천가 원문에 정악 선율을 창작한 합창과 내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 궁중무용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최대한 단순하게 연출한 무대 공간에는 수묵화와 추상화 영상을 투영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종 때 지은 최초의 한글 노래인 '용비어천가'는 조선 목조(穆祖)에서 태종(太宗)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다. 왕실의 정통성을 강조해 정권 찬양의 대표 명사로도 쓰이지만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을 강조한 노래이기도 하다.

신선희 연출은 "세종대왕이 이 시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 의미를 살려 새로운 형식으로 연출해 선보이고자 했다"며 "이번 작품은 역사의 고난을 극복한 영웅들에게 왕권의 천명을 받아 덕치를 해야 하는 군주에 대한 훈계이자 애민정신과 예악사상을 담은 한국 문화정신의 실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공연 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창작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공연 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조선 후기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가 빛났던 시기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공연 '밀사-숨겨진 뜻'(~6월11일)은 1907년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3명의 밀사 이위종(허도영), 이상설(박성훈), 이준(이승재)의 활약을 그린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흐마니노프', '보도지침' 등으로 주목 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세혁과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나 항상 그대를' 등을 작곡한 송시현이 합류했다.

특히 '밀사'는 탄생 130주년을 맞은 스무 살 청년밀사 이위종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조선인으로는 유일하게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7개 국어가 가능해 헤이그에서 통역을 맡았다. 이후 연해주 독립군을 거쳐 러시아 군사학교에 들어가 일본군과 싸우지만 결국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을 거둔 인물이다.

연극 '불량 청년' 출연진 /사진=극단 고래연극 '불량 청년' 출연진 /사진=극단 고래
극단 고래는 2015년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불량 청년'(5월25~6월11일)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2017년을 사는 청년 김상복과 일제강점기를 살던 독립투사 김상옥의 만남을 그린다. 사회, 정치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28세 청년 김상복은 우연히 광장 집회에 휘말려 1921년 경성으로 떨어진다. 김상옥 의사와 똑같이 생긴 외모 탓에 고초를 겪다가 급기야 독립운동에 함께 할 것을 제안받는다. 배우 이명행(김상복 역), 선종남(김구 역), 유성진(김상옥 역) 등 '믿고보는' 배우들로 가득하다.


2017년의 '불량 청년'은 2015년의 초연과는 조금 달라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저항해 광화문 광장에서 108일간 노숙한 이해성 작·연출의 경험이 빠질 수 없었다. 이 연극은 김상옥 의사의 일대기가 아니다. 극 중에서 김상복은 의열단원 장규동에게 온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 '그 무엇'에 대해 묻는다. '불량 청년'이 극장을 찾은 또 한 명의 '김상복'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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