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없이 결혼한 '두 번째 아내' 유족 인정 안돼"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7.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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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사실혼, 예외적으로 보호받아야…법률혼 배우자 따로 있는 경우는 보호 안 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br>/삽화=임종철 디자이너<br>


이혼 절차 없이 남편과 결혼한 '두 번째 아내'는 법률상 유족으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박모씨가 "유족연금을 줄 수 없다고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직업군인으로 복무했던 손모씨는 1954년 신모씨와 결혼해 혼인신고를 마쳤다. 손씨는 자녀를 3명 둔 상태에서 박씨를 만나 새 살림을 차렸다. 손씨는 박씨와 자녀 2명을 낳았다.



손씨는 박씨와 동거하면서 여러 번 신씨를 찾아가 이혼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혼을 완강히 거절했다. 손씨는 2014년 사망했고, 박씨는 국방부에 유족연금을 달라고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박씨는 직접 소송을 냈다.

박씨는 법정에서 자신과 손씨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실혼 관계였으므로 국방부가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손씨와 신씨는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며 법이 보호할 대상은 신씨가 아닌 자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리 가족법은 법률혼주의와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한다"며 "이같은 전제 아래 예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실혼 관계가 법률혼 관계를 손쉽게 이혼 상태로 만들어 무력화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군인연금법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유족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 것은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단 이유로 법률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따로 법률혼 배우자가 있는 사실상의 동거 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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