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韓 증시, 미국 증시 빠르게 추종할 것"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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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환매와 개인 주식매도에도 버티는 코스피… 메리츠證 "하반기 2550 가능"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저술한 찰스 킨들버거에 의하면 금융시장 버블(거품)의 조건은 △낙관주의 △스토리 △유동성 △규제완화 △광기다. 킨들버거의 정의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엔 버블의 징후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에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초 숨가쁘게 오른 코스피가 2300선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개인들이 주식 매수를 꺼리고 있지만 '과열'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20년 이상 한국 증시에서 살아남은 펀드매니저들은 입모아 "시장이 너무 강하다"고 말한다. 펀드 환매가 이렇게 많이 나오고, 개인들이 끊임없이 주식을 팔고, 기관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망설이고 있는데도 지수가 2300선에서 버티는 것은, 시장이 아주 강하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1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66포인트(0.07%) 오른 2288.48에 마감했다. 트럼프 탄핵 논란을 딛고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이 411억원 순매수, 기관이 271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5월 하순을 맞아 하반기 증시전망이 차례로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무려 238쪽짜리 '2017년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The Old New'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The Old New란, 2017년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2008년 금유위기 이후 새로운 모습(The New)이자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The Old) 사이클이 될 것이란 전망을 뜻한다. 즉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 소비 개선이 글로벌 교역 증가로 이어지는 정상적 경기회복이 나타나겠으나 '전혀 새로운 사이클'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미 바다 건너 미국 증시는 장기 강세장의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역대 최장기간 올랐던 시기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로 92개월간 27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금은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강세장을 맞이했으며 주가상승률로는 세번째(111%)에 해당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 증시가 장기 강세장을 맞이했다면 한국 증시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세장 초입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지만 강세장 중반 이후 수익률 간극을 빠르게 축소하며 이를 따라갈 거란 분석이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내 중간재 비중이 높은 국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신흥시장이 선진국 주식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시기에 이같은 경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 한국증시의 양상은 2004년과 닮은 꼴이라고 해석했다.

2003년 28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코스피 순이익은 2004년 45조9000억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순이익이 45조원대에서 정체한 2005년에 코스피는 가파르게 올랐다. 즉 2004년에는 기업 실적에 대한 의구심에 주가 상승이 더뎠던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순이익 급증한 코스피가 올해 이익 상향을 확실하게 확인한다면 2017년이 주가 상승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란 결론을 제시했다. 기업 실적의 구조적 증가가 밸류에이션 상향을 수반하며 주가가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글로벌 경기회복 확산 징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 회복이 가시화되며 한국 기업이익은 2013년 이후 4년 만에 추정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의 두드러진 이익 모멘텀,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한국 증시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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