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버핏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기는 '머니 유언'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5.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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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81>투자현인이 자신의 가족에게 말하는 투자 조언은 뭐가 다를까?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투자의 현인’이자 세계 4대 부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회장은 투자에 관해 자신의 가족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실제로 이 질문은 지난 6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나왔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86세의 버핏에게 죽은 뒤 아내에게 어떤 투자 조언을 남길 것인지 물었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하실 것인가요 아니면 버크셔 주식을 계속 보유하라고 유언을 남기실 건가요?”



사실 버핏이 이 질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버핏은 이미 2013년 연례 보고서에서 이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분명히 밝혔다.

“유서에 내가 죽은 뒤 아내에게 남겨진 돈은 국채 매입에 10%를 투자하고, 나머지 90%는 전부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썼습니다.”

인덱스펀드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주식을 담고 있어 증시 전체 변동과 똑같이 움직인다. 예를 들어 S&P500 인덱스펀드는 S&P500지수에 포함된 모든 주식을 담고 있다.


특정 주식을 따로 고르는 수고와 노력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걸 패시브투자(passive investing)라 부른다.

반면, 리서치를 통해 소수의 유망한 주식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는 수수료가 매우 높다. 결국 성과가 월등히 뛰어나지 않고선 비싼 수수료 때문에 저조한 성과를 얻기 쉽다. 이렇게 투자하는 걸 액티브투자(active investing)라 부른다.

개인투자자들이 몇몇 종목을 골라 집적 주식투자하는 것도 액티브투자이다.

버핏이 유서에서 아내에게 말한 투자 조언은 액티브투자를 하지 말고 패시브투자, 즉 그냥 인덱스펀드에 돈을 묻어두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액티브투자에 따른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일단 펀드 수수료가 얼토당토하게 높다. 한마디로 비싼 수수료를 지급하는 만큼의 충분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버핏은 월가의 자산운용사가 고액의 수수료를 거두면서 고객 보다 큰돈을 버는 나쁜 관행을 꼬집었다.

버핏의 오랜 파트너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버크셔 부회장도 원금의 2%를 운용보수로,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챙기는 소위 ‘2%-20%룰’을 고수하는 헤지펀드의 잘못된 수수료 부과 행태를 맹비난했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패시브투자의 장점은 그동안 학계 등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라 버핏의 투자 조언이 새삼 특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게 버크셔 주식 대신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유언한 대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버크셔는 버핏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이고, 그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인수한 1964년 이래 지난해까지 S&P500지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월등한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그가 해마다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의 첫 페이지에는 언제나 버크셔와 S&P500지수 상승률을 비교하는 표가 나오는데, 버핏은 이를 통해 버크셔의 놀라운 성과를 항상 자랑해 왔다.

지난 2월 발표된 2016년 보고서를 보면, 1965년 이래 버크셔의 장부가치 누적 상승률은 88만4319%이고, 시장가치 누적 상승률은 무려 197만2595%에 달한다.

이에 반해 S&P500지수 상승률(배당 포함)은 1만2717%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까진 버크셔 주식이 S&P500지수를 단연 앞섰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버핏은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겐 버크셔 주식 대신 S&P500지수를 선택하라고 유언을 남겼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버핏은 자신이 죽은 뒤 버크셔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걸까? 버핏은 최근 미 증권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큰돈을 버는 투자 요령이란 ‘대박 종목’을 골라내는 게 아니라, S&P500지수에 투자해서 아주아주 적은 비용으로 꾸준히 수익을 거두는 것입니다. 이러한 투자 요령은 누구에나 적용되며 내 아내에게도 해당됩니다.”

사람들에게 지난 50년 동안 S&P500지수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과를 낸 버크셔 주식과 S&P500지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거의 전부 버크셔 주식을 고를 게 틀림없다. 필자도 고민하지 않고 버크셔 주식을 선택한다.

멍거 부회장도 자신은 “아내와 후손들에게 버크셔 주식을 계속 보유하라”고 유언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버핏은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게 버크셔 주식이 아닌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버핏은 패시브투자가 장기적으로 성공한다는 투자 조언이 특정한 사람이나 시대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에게도 일관되게 이 조언을 남기는 것이다.

버크셔는 S&P500지수를 뛰어넘은 아주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다. 사람들은 이런 아주 예외적인 대박 종목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보다 손해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버핏은 이렇게 거듭 얘기한다.

“내 아내에게도 직접 주식투자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86세 버핏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기는 '머니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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