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의눈]국회가 논다고? 이영렬·안태근 사표수리 막은 '검사징계법 개정'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7.05.2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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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징계 피하기 위해 사표내는 검사 막기 위한 신설조항 2월23일 국회 통과돼 3월14일부터 시행中…법사위 백혜련 발의, 박범계 1소위원장 강하게 밀어붙여 통과 '검찰개혁' 입법일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특수본 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왼쪽)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 사이에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전격 지시했다.(뉴스1DB) 2017.5.17/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특수본 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왼쪽)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 사이에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전격 지시했다.(뉴스1DB) 2017.5.17/사진=뉴스1
'돈 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빚어 감찰대상이 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것은 국회가 지난 2월 검찰 개혁입법으로 '검사징계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검사징계법의 첫 적용대상자가 이영렬·안태근이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20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징계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퇴직하려는 검사를 막기 위해 소위 '징계회피 목적의 사표방지'조항을 도입하는 내용의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백 의원은 검사에게 비위가 있어 감찰에 들어갈 경우, 징계에 따른 '변호사개업 제한'·'퇴직수당 삭감'·'징계부가금 부과' 등을 회피하기 위해 검사 징계위원회에 징계가 청구되기 전에 스스로 퇴직을 신청하여 의원면직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점을 개정안 제안 이유로 꼽았다.



이미 '국가공무원법'에 유사한 내용이 포함돼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었다.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검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해야한다는 게 백 의원 제안이었다.

◇백혜련 '제안'→법무부 '반대'→박범계 '설득'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소위)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때 법무부에선 "실익이 없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이미 국가공무원법에 같은 내용이 들어가 시행 중이고 하위 규범인 훈령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어 '검사징계법'에 굳이 넣을 필요가 있겠냐는 주장이었다. 기존 훈령 수준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었다. '법률'수준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이는 당시 소위에 출석한 이창재 법무부 차관이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사의를 표명했다.

소위에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소속의 검사출신 의원도 법무부와 같은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도 '법관징계법'에도 동일하게 법관에 대해 같은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같이 다루자는 별도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개정안 심사가 일부 당시 여당 의원들의 반대 의견으로 정체되자 소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나섰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 물망에 올라 있는 박 의원은 "금년(2016년) 한 해 동안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검찰과 법원의 현직 검사장, 현직 고위 법관들의 정말 낮뜨겁기 짝이 없는 추문과 비행, 비리가 있었고 처벌이 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운호 게이트 등 검찰·법원 고위 인사들이 엮인 법조비리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 '법조개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검찰·법원이 '법률'에 해당 근거를 둬 규범적 효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월 시행 시작된 '징계회피 목적 사표방지'조항…'돈 봉투 만찬'에 첫 적용

결국 백 의원 개정안은 지난 2월 20일 열린 소위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별 이견없이 통과됐다. 결국 민주당 법사위원들 주도로 통과된 해당 조항이 이번 '돈 봉투 만찬' 당사자들의 사표수리를 막을 '법적 근거'로 쓰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만약 국회가 해당 조항을 지난 2월 통과시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법무부 등에선 기존 훈령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법무부에 '징계'와 '면직'처리에 대한 재량이 주어지면 아무래도 '제식구 감싸기'가 작동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8월 법무부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공연음란 혐의로 물의를 빚었던 김 전 지검장의 사표가 수리된 것에 대해 검찰 내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징계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사표가 제출되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 들인 것은 '훈령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법관들의 징계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법관징계법'에도 '징계회피 목적의 사표방지'조항을 도입하는 개정안이 백 의원에 의해 지난 3월 31일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현재는 유사한 내용이 대법원 '예규'에 들어 있다. 국가공무원법, 검사징계법에 차례로 도입됐기 때문에 법관징계법에도 도입된다면 형평성에도 맞고, 소위 '입법미비'도 해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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