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10년 만에 온 한국증시 'Bull Market'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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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일째 2300선에서 치열한 공방...점점 힘 얻는 한국증시 강세론

[내일의전략]10년 만에 온 한국증시 'Bull Market'


"미래에셋 디스커버리라니, 그게 언제적 펀드인데…그 펀드까지 수익률이 좋아졌단 말인가?"

최근 인터뷰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2007년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던 당시 '대세상승장'을 풍미한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는 '노땅' 국내주식형펀드의 대명사다. 최근 코스피 강세장 도래에 장기간 잊혀진 이 펀드들까지 수익률이 개선된 것이다.

2007년 이후 10년간 한국 증시에는 강세장이 오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반짝 강세장'이 있었지만 단기에 그쳤다. 2011년 하반기 이후, 길게는 2007년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강세장을 경험하지 못한 채 10년을 보냈다.



2013년 필자가 당시 KB자산운용의 송성엽 주식운용본부장(현 브레인자산운용 대표)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였다. 시장에서 대형주는 죽을 쑤고 있었고, 중소형주와 가치주가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었다. 관심종목에 대형주를 가득 넣어놓고 모니터를 째려보는 송 본부장에게 풋내기였던 필자는 "대형주로 어떻게 수익을 내나요? 중소형주를 해야죠"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대형주가 한 번 가면 얼마나 많이 가는데!"라며 대신증권 사이보스 HTS(홈트레이딩시스템) 7400 창을 열어주었다. 증권업계에서 주식을 해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용하는 대신 사이보스 7400 창은 주가와 종목의 종합차트를 보여주는 화면이다. 그는 현대차,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주요기업들의 월봉차트를 보여주며 대형주의 역사적 랠리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당 기간 대형주의 폭발적 랠리는 볼 수 없었다. 국내 대기업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버린 것일까,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희망을 버릴 때쯤 2016년 삼성전자의 랠리가 시작됐다. 송성엽 본부장이 당시 얘기했던, 그와 같은 '노땅 펀드매니저'들이 기억하는 대형주 주도의 강세장이 시작된 것이다.

올 초만 해도 증권가의 전략가 중에는 보수주의자가 더 많았다. 증시가 오르긴 하겠지만 '2150이 고점이다'라는 신중론자가 더 많았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3월을 지나며 코스피가 2200선을 향해 질주하자 신중론자와 강세론자의 비율이 50대 50 정도로 바뀌었고 이제 강세론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큰 관심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별로 경기가 좋아진 것도 없는데 주식시장이 왜 사상 최고가죠?"라고 묻는다. 한국 내수경기는 확실히 별로다. 하지만 오늘 나온 증권가 리서치센터의 경제 보고서를 모아놓고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유로, 경기 낙관론으로 강세'(키움증권), '중국 경제 역시 골디락스형 회복세'(교보증권), '미국 산업생산 증가폭 확대, 3년 만에 최대 증가폭 기록(케이프투자증권). 이들 보고서는 각각 유럽과 중국, 미국의 경기가 좋아진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모아놓고 보면 글로벌 경기회복 가시화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회복이 현실화되면서 수출 기업이 대부분인 한국 증시가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연초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대형사들도 강세론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전일 '한국증시, Bull Market 국면 진입'을 발표하며 기존의 신중론을 완전히 뒤집었다. 기업실적과 외국인 수급 주도의 강세장이 시작됐으며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는 한국 주식시장이 10년 만에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낙관적 견해를 지지한다"며 "올해 지수 상승은 기업실적 개선을 일부 반영한데 불과하고, 재평가 국면은 아직 도래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25포인트(0.10%) 내린 2293.08에 마감했다. 7거래일때 2300선 공방을 벌였다. 외국인이 68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2187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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