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실적·주가 좋은데 증권가는 '냉탕'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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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자금 주식시장 이탈에 허탈한 증권·자산운용사..."시장은 좋은데 돈이 안돼"

[내일의전략]실적·주가 좋은데 증권가는 '냉탕'


연초 202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단숨에 2300선까지 질주했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냉랭한 분위기가 여전했다. 지수 상승과 펀드수익률 호조에도 개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며 증권가는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단기 급등 저항에 부딪치며 숨고르기에 진입했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0.35포인트(0.45%) 내린 2286.02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065억원, 106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익·주가 좋은데 증권가는 '냉탕'=1분기 기업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코스피가 2300선, 삼성전자가 230만원에 근접하고 있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가 계속됐다.

외국인 순매수에 의한 초대형주의 일관된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소외된 것이 일차적 원인이었다. 지수 상승기 계속된 펀드 환매로 자산운용사들이 자금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여의도 분위기 악화에 일조했다.



지수 상승에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대부분 회복되며 펀드매니저들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운용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순자산 규모기 때문에 수익률 회복으로 펀드 환매가 나타나면 수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4조4844억원을 순매도했다. 주로 개인의 펀드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투신은 3조643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투신의 순매도합은 8조1279억원으로, 8조원 넘는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을 떠난 것이다.

펀드 환매로 자산운용사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펀드매니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도 곤란에 처하게 된다. 지난 5년간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정작 시장이 좋아졌는데 영업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강세장이 왔다는데 여의도 증권가는 냉탕이 여전하다"며 "개인이 아직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고 운용사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강세장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 중간 성적표 점검하니…=1분기 실적 시즌이 5부 능선을 넘어서는 가운데 여전히 깜짝 실적 행진이 계속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은 11일 기준 전망치 대비 영업이익은 5%, 순이익은 8%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으로 보면 순이익 100조원 돌파는 당연하고, 이익의 두 자릿수 증가율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은행, 화학, 철강이 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는 올해 실적 기여도가 가장 큰 업종이다. 한 때 시장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 고점 논쟁이 일기도 했지만 1분기 실적이 우려를 불식하며 시장은 "업황 호조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은 이익의 기본이 되는 순이자마진(NIM) 개선은 물론,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소재 업종은 깜짝 실적을 냈지만 POSCO 등 지난해 주가가 선행했던 종목이 많아 최근 주가는 다소 부진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와 은행, 소재 업종이 모두 최근 실적 패턴을 보면 모멘텀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업종은 1분기 뿐 아니라 연간으로도 이익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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